연금 늦게 받는 대신 ‘근로소득’으로 메꾸는 韓… “고용연장 유도, 부분연금제 도입”
2033년까지 만 65세로 수급개시연령 높아져
“연금 공백기 소득 보완 충분 않으면 빈곤율↑”
‘아픈 가구원’ 가구는 공백기 대책 따로 마련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연금 공백기’에 우리나라 장년층(長年·60~64세)은 근로소득을 높여 부족한 연금 소득을 보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에 따른 빈곤 문제가 아직은 가시화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지속해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올라가면서 연금 공백이 더욱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는 정책이 준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고용 연장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유럽 등지에서 도입하고 있는 부분 연금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KDI 포커스-연금 공백기 대응’이란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이 64.2세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62세로 아직 이른 편이다.
◇ 연금 공백, 아직은 ‘일해서’ 충당… 아픈 가족 있으면 힘들다
우리나라는 1998년 연금 개혁을 통해, 2013년부터 2033년까지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수급 연령이 5년마다 1세씩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연금 공백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보고서는 1957년생과 1956년생의 ‘61세 시점’ 가구 소득과 소비 차이를 분석했다. 1957년생은 개시 연령이 62세여서 61세에 연금 공백기가 발생하는 데 비해, 1956년생은 개시 연령이 61세여서 공백기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길어지는 연금 공백기 동안 장년층은 부족해진 연금소득에 주로 ‘근로소득’으로 대응하면서, 빈곤율이나 소비의 변화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공적 이전 소득 분야에서 공적연금 추이를 비교하면, 가구주가 1957년생(61세 시점·연금 공백기)인 가구는 1956년생인 가구에 비해서 223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로소득에서 1957년생이 가구주인 가구가 1956년생에 비해 연간 513만원을 더 벌었다. 공적연금 소득이 감소했지만, 근로소득이 증가해 이를 충분히 보완한 것이다. 시장소득과 이전소득 등을 더한 가처분 소득을 볼 때 결과적으로 두 세대 간에는 88만원이란 감소 폭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됐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다.
김도헌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아직 국민연금 급여액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으며, 근로소득을 높여 연금공백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 등과 같이 빈곤율이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금 개시 연령 상향이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픈 가구원’이 있는 가구에서는 이런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비 지출 비중이 중위 수준을 초과하는, 이른바 ‘병원비에 돈을 많이 쓰는’ 가구에서는 재산·사업소득의 감소와 함께 가처분소득이 444만원 감소했다. 반면 의료비 지출 비중이 중위 수준 이하인 가구에서는 근로소득이 늘어 가처분소득에 변화가 없었다. 김 연구위원은 “결국 가구주가 아프거나 혹은 아픈 가구원에 대한 돌봄 부담이 높은 가구에서는 근로소득을 유연하게 높여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 수급 연령 점점 높아져 문제… “고용 연장, 부분연금제 준비해야”
이런 조사는 연금 공백기 동안 소득 보완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빈곤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함의한다. 더욱이 앞으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까지 상향 조정될 예정이고, OECD에서는 67세까지도 상향을 권고하는 만큼, 연금 공백기는 더욱 길어질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정책적 뒷받침이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고령이 될수록 신체적 능력이 감퇴하고 노동 시장에서 재취업할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연금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근로소득을 높여서 대응할 여력이 부족할 수가 있다”며 “따라서 향후 고령층 고용의 추이를 살피고 모니터링해 연금 공백 현황도 지속해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직무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해 ‘고용 연장’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변화하는 산업과 중·고령층 특성에 적합한 재취업 서비스를 제공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안정적이고 만족도 높은 가교 직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장년층에게 프로그래밍 수업을 제공하는 ‘K-디지털 재취업지원제도’나 폴리텍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직업 훈련 등의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부분 연금 제도’의 도입도 제안했다. 이는 기본 연금액의 25%, 50%, 75% 등 일부를 조기에 선택해 수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은퇴 시기까지 점진적으로 근로 시간을 줄여나가거나, 가교 직업으로 이동할 때 부족해지는 근로소득을 보충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기 침체나 경영 악화가 발생했을 때 고령층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증가시켜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10개국에서 이와 유사한 점진적 퇴직 제도를 도입 중이다.
단기적으로는 부상이나 질병으로 근로하지 못하는 계층의 소득 보완책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장애연금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장애연금 같은 경우에는 장애등급이 의학적 기준에 의해 장애등급이 매겨지지만, 근로 능력을 상실하고도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는지 조사해 이런 사례들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아픈 가구원에 대한 돌봄 부담으로 근로 참여가 어려운 계층에게는 적절한 돌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60대 초·중반의 장년층 가구를 대상으로 돌봄 수요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적정 규모의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부실 새마을금고 전국에 131개… 3개월 만에 2배 증가
- 페루로 진격하는 韓 방산… 변수는 초대형 항구 틀어쥔 中
- [단독] 강남 한복판서 분양사기 친 간 큰 시행사… 연예인·은행원도 당했다
- 트럼프 장남과 '호형호제'… 정용진 회장 인맥 화제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년 설비투자 전략은 ‘D램 자연감산’… 변수는 中 메모리 성장 속도
- [사이언스카페] 바늘 없이 위고비 전달, 오징어 모방한 약물 전달 기술
- 어도어 사내이사 사임한 민희진…1000억 풋옵션 권리 향방은
- 돈 잘 벌수록 매각 힘들어지는 HMM의 딜레마
- 가계대출·환율 불안에 난감해진 한은…금리인하 셈법은
- [단독] SK, 컨트롤타워 ‘수펙스’·연구소도 조직 슬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