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먹은 생선 수천만”이라던 교수, 과거엔 “저녁으로 먹겠다”

이가영 기자 2023. 6. 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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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명예교수가 2013년 11월 19일 TV조선 인터뷰에서 "생선에는 원래 방사선이 있어서 먹어도 문제 없다"는 말을 하고 있다. /TV조선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명예교수가 과거에는 ‘국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일관되게 펴왔던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서 교수는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한국 해양 생태계 침투 가능성을 앞장서서 설파하다가 전국 어민들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서 교수는 2013년 11월 19일 TV조선 ‘뉴스 판’에 출연해 후쿠시마의 방사능이 국내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에 관해 인터뷰했다. 그는 ‘국내 유통 수산물의 방사능 검출량이 걱정해야 될 수준이냐’는 질문에 “그렇진 않다”며 “기준치가 100으로 내려왔는데 그보다도 낮다”고 답했다. 그는 “문제는 생선보다 공포”라며 “불안의 싹이 트고, 불신으로 자라는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바다에 칸막이는 없지만 쿠로시오 해류라는 게 있다”며 “후쿠시마를 거쳐 태평양, 미국으로 간다. 돌아오는 데 5년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그 정도 되면 (방사능은) 전부 다 없어진다”며 “설령 아무리 많이 나가더라도 우리 남해안으로, 동해안으로 들어오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불가능하다는 거냐”고 묻자, 서 교수는 “불가능이라기보다는 없는 일”이라며 “해류 움직임은 일관성 있는데, 예외적으로 남해안이나 동해안으로 온다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재차 말했다.

서 교수는 국내 수산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도 했다. 그는 “저라면 바로 (생선을) 저녁 식사로 하겠다”며 “그 이유는 생선에는 원래 방사선이 있다. 그것보다 좀 더 얹혀있는, 굉장히 작은 양 때문에 안 먹는다는 건 그렇게 현명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했다. 서 교수는 ‘자신 있게 먹어도 된다?’는 질문에도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2015년 보도된 '원전 괴담은 불안이 만든 상상 속 공포' 기사에 실린 서균렬 교수의 발언. /국민일보

2015년 언론 인터뷰에서도 서 교수는 비슷한 발언을 했었다. 그는 “인체에 위험한 수준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려 우리 식탁에까지 오르기란 불가능하다”며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자면 건장한 남성을 기준으로 후쿠시마 연안에서 오염수를 마신 생선을 꾸준히 150마리 정도 먹어야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서 교수의 주장과는 사뭇 다른 발언들이다. 2019년 9월 하라다 요시아키 당시 일본 환경상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며 후쿠시마 원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후, 서 교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비판하면서 “방사능에 오염된 (일본 해역의) 물고기가 한국 해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왔다.

서 교수는 지난달 3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수산물은 해류와 상관없이 오염된 것 먹고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한다”며 “이게 아마 수백만 마리, 수천만 마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수산물 배를 가른 적이 없다. 물만 열심히 봤다”며 “우리가 먹는 건 김과 소금, 수산물”이라고 했다.

서 교수는 또 “0~200m 수심의 표층수는 미국으로 갔다가 오는 데 5년 걸리는 게 맞다”며 “수심 200~500m 심층수는 중국 쪽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거는 다섯 달이면 중국 남중국해 갔다가 대만해협 통해 제주 근해로 오고, 다시 동해를 거쳐 일본으로 빠진다. 5~7개월 걸린다”고 했다. 세슘과 스트론튬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방사성 물질은 심층 해류를 따라 이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층수는 표층수보다 훨씬 느린 속력으로 순환한다. 지난 2월 한국방재학회에 발표된 서울대 연구논문에 따르면 수심 200~500m의 흐름은 유속이 매우 느려 일본의 오염수가 대만 부근까지 도달하는 데만 약 9년이 소요된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해양수산부는 ‘제3차 해양심층수 기본계획’에서 동해 심층수를 활용한 산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당시 해수부는 “동해 심층수는 수백 년 주기로 순환하는 해류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서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판하는 자신이 ‘학계 왕따’라고 했다. 자신만 독특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지난 3월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원자력 학계에서 저는 사실 왕따가 돼 있다”며 “왜냐하면 거기서는 깨끗하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전국 1만5000명 이상의 어민들이 가입한 국내 최대 규모 단체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는 지난 2일 서 교수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조선닷컴은 서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예전과 다른 주장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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