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尹은 기자 앞에 서야 한다

민병기 기자 2023. 6. 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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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신 한 인사는 "조국이 한 달만 일찍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더라면 윤석열 대통령도 없었고, 정권이 교체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석 달 뒤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해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기자들과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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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기 정치부 차장

문재인 정부 출신 한 인사는 “조국이 한 달만 일찍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났더라면 윤석열 대통령도 없었고, 정권이 교체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로남불’의 상징이 되고, 또 그 내로남불의 상징이 조국 사태였으니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닐 게다. 하지만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조 전 장관을 여전히 ‘공론장’에 둔 건 조 전 장관의 ‘나르시시즘’만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석 달 뒤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해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이때라도 조국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면, 조국을 향한 대중의 분노가 문재인 정부를 갈아엎을 지경까진 안 됐을지도 모른다.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듣고 싶었던 말도 그런 것이었다.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한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점점 심해지는 대공황기인 1933년 3월 4일 취임 이틀 뒤 전국 은행의 휴업 선포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직면했다. 13일 영업 재개까지 실패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8일 백악관 출입기자들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하려는 일이 불가능할 거라는 평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시도해볼 것”이라고 했다. 기자들과 질문과 답을 주고받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국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국민의 신뢰도 회복됐다. 그렇게 루스벨트는 12년 재임 동안 1000번에 육박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위기의 시대, 루스벨트 ‘리더십’의 요체가 기자회견에서 드러났다. 기자회견은 단순한 집단 인터뷰도, 정치놀음도, ‘TV 쇼’도 아니다. 국정 운영의 최고 지도자가 기자(국민) 앞에 서서 그간 국정 운영과 향후 계획에 대해 진솔하게 말하고 평가받는다. 대통령의 몸짓과 표정, 질문을 대하는 태도, 단어 하나하나 모두 국민에게 꽂히는 대통령의 메시지다.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위임받은 권력을 다시 승인받는다. 리더십도 확고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취임 1주년(5월 10일) 즈음 기자회견도 ‘할 수 있다’는 말만 흘러나올 뿐, 정확한 날짜나 형식은 여전히 미정이다. 대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등 주재하는 회의를 계기로 지난 1년의 국정 운영 성과를 설명했다. ‘자화자찬’은 피하겠다 했지만, 당사자의 입에서 흘러나온 1년은 ‘자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기자회견은 ‘질문을 받아달라’는 기자들의 생떼에 인심 쓰듯 ‘해 주는’ 게 아니다. 급하게 날을 잡아서 될 일도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1년, 개혁과 혁신에 매진하기 위해 국민의 동의와 믿음을 확보하는 필수적인 절차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달변을 요구하지 않는다. 모든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답하는 박학다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솔직함 속에 엿보이는 자신감, 그 자신감을 돋보이게 하는 몸에 밴 겸손함을 원한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잘 해내야 한다. 위기의 시대,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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