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영의 시론]韓日 재무장관회의 복원과 윈윈 전략

2023. 6. 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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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경제부장
엔비디아發 훈풍에 증시 활력
반도체 호재지만 거품 가능성
중국 리오프닝 효과 오리무중
버블 붕괴 극복하는 일본 경제
한일 경제협력 땐 상호 보완적
7년 만의 재무장관회의 중요

한국 증시가 오름세다. 지난 2일 1년여 만에 2600을 넘어선 코스피 지수는 5일에도 2600선을 유지했다. 미국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발(發) 훈풍이 증시에 활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엔비디아 GPU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수혜를 얻을 것이다. 정부도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3%대에 진입하고 소비·고용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4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9를 기록하면서 3개월째 상승세다.

하지만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미 올해 174% 오른 엔비디아 주가에는 거품이 많이 끼었을 수 있다. 엔비디아 효과의 시차도 있기 때문에 반도체 바닥론 역시 아직 확실치 않다. 대중(對中) 수출 역시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일 ‘5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하면서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우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시점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대중 수출이 살아난다 해도 한국은 예전과 똑같은 특수를 누릴 수는 없다. 먼저, 미·중 간 공급망 디커플링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한국을 포함한 14개 회원국이 참여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반도체·핵심광물에서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첫 협정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의 무역 구조도 바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대중국 수출 부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총 수출액에서 중국 비중은 2018년 26.8%, 2022년 22.8%에 이어 올 1분기는 19.5%로 20%대가 깨졌다. 반면, 올해 1분기 대미 무역은 72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미국이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1위 무역 흑자국이 됐다.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수출액도 91억8400만 달러로, 대중 수출액(95억1700만 달러)과 겨우 3억3000만 달러 차이였다.

한국 경제가 의존했던 모델이 이제는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문제는 해법이다. 미국과 서방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연대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자유무역 덕분에 성장한 한국으로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수출 구조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공급망 내에서의 다각화도 필요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에 대응하면서 실리를 얻는 방식을 고민하는 동시에, 유럽연합과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들과의 교역 관계 강화가 동반돼야 한다.

특히, 핵심은 일본이다. 일본은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 분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강국이다. 이미 기업들은 이를 간파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일본 내 연구·개발(R&D) 거점인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재팬(DSRJ)’을 요코하마(橫濱)에 설치한 데 이어 반도체 시제품 생산 시설 건립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TSMC와 미국의 마이크론·인텔 등도 속속 일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해법도 일본에 있다. 안보 차원에서 일본은 중요하지만, 경제 측면에서도 일본이 필요하다. 일본 증시가 1990년 8월 버블 붕괴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소부장 협력 등 대중 견제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한·일 경제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결단이 국내적 지지를 얻기 위해선 경제적 측면에서 한·일 관계 복원 필요성을 증명해내야만 한다.

오는 29일 7년 만에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열린다. 제3국 인프라 투자와 금융·관세 분야뿐 아니라 2015년 종료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까지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한·일 경제협력 가속화와 하반기 한국 경제 회복에 기여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윤 대통령 후반기 임기의 성패를 좌우할 내년 4월 총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인도 결국은 민생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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