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폭발로 러시아도 얻을 게 없다···러시아, 남부 전선 포기하나
우크라이나 노바 카호우카댐이 폭발하면서 인근 헤르손 지역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폭발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도 잃을 게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댐 폭파로 당장은 러시아가 군사적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진단했다.
카호우카댐은 남부 자포리자 지역과 격전지 중 하나인 헤르손 지역을 잇는 드니프로강의 기반 시설로, 수력발전은 물론 우크라이나 남부에 식수와 농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드니프로강 서쪽의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 1만7000명과 러시아 통제 지역 2만5000명 등 모두 4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고, 홍수로 인한 수위 상승으로 주민들이 지뢰에 노출될 위험에 처했다.
댐 폭파로 당장 러시아는 이득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대가 남쪽 국경을 통해 진격하는 길이 막혔기 때문에 러시아는 동부전선에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전선 길이가 1000㎞에 달하는 만큼 허점을 공략하면 우크라이나에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도 “댐 폭파의 목적은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 군대가 진격하는 것을 방해하고,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 또한 댐 폭파로 얻을 것이 없다고 FT는 내다봤다. 미 터프츠대학 외교대학원 연구원인 파벨 루진은 “며칠 안에 물이 흘러 없어질 것이고, 오히려 물에 잠기게 되는 것은 왼쪽 둑에 있는 러시아군 진지”라면서 “러시아는 5월 내내 우크라이나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대반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발전소를 폭파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점령지 남부를 포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산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는 우크라이나군이 이 댐을 탈환했다고 밝혔는데, 러시아군이 통제권을 잃은 지역의 댐을 폭파해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안기려 했다는 것이다. FT는 익명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희망을 잃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최대 피해를 입히려 댐을 폭파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해군분석센터의 군사분석가 마이클 코프먼은 “댐 파괴로 인해 헤르손의 드니프로 강 인근에 있는 러시아의 첫 방어선이 침수됐다”며 “이 재앙은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으며,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의 친정부 매체인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의 기자인 알렉산드르 코츠 또한 “홍수로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러시아의 진지”라면서 “러시아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FT에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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