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봤자 모두 손해’ 판단… 거액이적 LIV선수만 ‘표정관리’

허종호 기자 2023. 6.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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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GA - LIV 전격 합병… ‘원수’에서 ‘동업자’로
LIV 기대만큼 영향력 못키워
양측 모두 한계·위기 봉착 공감
진행중인 소송 모두 취하키로
사우디 국부펀드가 자본 투자
PGA선수 “선수위한 조직 맞나”
LIV 미켈슨 “멋진 오늘 하루”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

서로 극한 대립을 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LIV골프인비테이셔널이 전격 합병한다. PGA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의 후원으로 1년 전 출범한 LIV와 그동안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으나 이번 합병으로 결국 한배를 타게 됐다. 세계 남자 골프계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6일 밤(한국시간) PGA투어와 PIF, DP 월드투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골프라는 종목을 전 세계적으로 통합하기 위한 획기적인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PGA투어와 DP 월드투어, LIV를 포함한 PIF의 골프 관련 사업 권리를 모두 결합해 새로운 공동 소유 영리 법인으로 이전한다. 또한 PIF는 새로운 법인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자본 투자를 할 예정이다.

PGA투어는 LIV와 지난 1년간 서로 으르렁댔다. LIV가 지난해 6월 출범을 전후해 PGA투어의 주요 선수들을 영입, 대립 구도를 만들면서 PGA투어와 어울릴 수 없는 ‘원수’가 됐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PGA투어 소속 선수들은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LIV로 옮긴 동료들을 비난했다. 또한 PGA투어는 LIV 소속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금지, 주요 남자 골프 대항전에 LIV 선수들이 나올 수 없었다. 양대 조직의 갈등은 엄청난 소송전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모든 게 없던 일이 됐다. LIV 선수들에겐 이제 공식적으로 PGA투어로 복귀할 길이 열렸다.

제이 모너핸 PGA투어 커미셔너는 “2년간의 혼란을 겪은 이후 오늘은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골프를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혁신적인 파트너십은 PGA투어의 역사와 유산의 강점을 인정하고 DP 월드투어 및 LIV와 결합해서 선수들과 파트너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직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PGA투어와 LIV가 돌연 화해하고 합병한 이유가 명확하게 전해지지는 않았으나 그동안의 대립이 양대 조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PGA투어는 LIV 소속 선수들의 출전 금지 처분으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반경쟁’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잔류 선수들의 불만과 동요를 막기 위해 상금 규모를 크게 확대하면서 재정적인 면에서 애를 먹었다. LIV 역시 TV 중계권사는 물론 시청자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기대했던 만큼의 영향력을 얻지 못했다. PGA투어와 LIV 모두 한계와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었으며 갈등보다는 화합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으로 관측된다.

3개 단체의 합병으로 세워지는 새 법인은 LIV를 후원 중인 PIF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7일 오전 야후스포츠에 따르면 PIF는 합병 후 새 법인의 유일한 투자자가 되며, 이 법인이 다른 기업 혹은 단체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야후스포츠는 “‘LIV가 PGA투어를 샀다’고 말하기엔 이르지만, 사우디(PIF)가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이외에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각자 남은 일정을 진행하면서 세부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은 워낙 극비리에 진행돼 골프계의 충격이 컸다. 트위터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PGA투어 선수들은 놀람과 동시에 분노를 드러냈다. 재미교포 마이클 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것을 알고 있었는지 매우 궁금하다. 5∼7명 정도? 과연 선수가 운영하는 조직이 맞나?”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반면 거액을 챙긴 LIV 선수들은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었다. 2억 달러(약 2600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LIV로 옮긴 것으로 알려진 필 미켈슨(미국)은 행복한 얼굴 이모티콘과 함께 “멋진 오늘 하루”라고 글을 남겼다.

골프팬으로선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그러나 사우디의 자본이 개별 팀을 넘어 스포츠 종목 전체로 확대된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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