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창성의 ‘용산 리포트’] 26. 정전 70주년과 현충일

남궁창성 2023. 6. 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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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봉학 일병 '호국의 형제' 안장식 참석
"자유수호 영웅 예우는 헌법의 명령"
베트남전 및 대간첩작전 전사자 묘역 참배
"자유와 번영은 피 묻은 전투복에서 시작"

올해는 정전 70주년입니다.

1928년생이신 필자의 선친은 1950년 봄 고향 홍천에서 결혼한 직후 그해 6월 전쟁이 터지자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장으로 달려가셨습니다. 이듬해 강원도 양구에서 중공군과 전투중 복부 관통상을 입고 전역하셨습니다.

선친은 생전에 자주 전사한 수많은 동료들을 회고하시며 한평생 전우들의 몫까지 열심히 사셨습니다.

1991년 아버지가 돌아가신뒤 유품을 정리하다 당신이 평소 소중히 간직했던 앳된 얼굴의 ‘육군 일병 남궁화(南宮和)’의 전역증을 보고 삼형제가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6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장으로 가보겠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양구 ‘피의 능선’과 춘천 전투에서 각각 산화한 호국의 형제들이 참전 73년 만에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만났다. ‘호국의 형제’ 안장식이 6일 오전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이날의 주인공은 고 김봉학 육군 일병. 1951년 9월 국군 5사단과 미군 2사단이 북한군 2개 사단을 격멸한 강원 양구 ‘피의 능선’ 전투에서 전사했다. 그리고 60년후인 2011년 유해가 발굴됐고 그뒤 유가족 DNA 검사를 통해 지난 2월 신원이 확인됐다.

고 김봉학 일병은 이날 동생 고 김성학 육군 일병 묘역에 나란히 안장되며 영면에 들었다. 김성학 일병 역시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38선 일대를 방어하는 춘천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 두 형제가 6·25 전쟁에 참전한 지 73년 만에 유해로 상봉을 했으며, 국립 서울현충원에는 세 번째 ‘호국의 형제’ 묘역이 조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안장식 참석에 이어 현충일 추념사에서 두 형제를 추모했다.

윤 대통령은 “김봉학 일병은 1951년 9월 ‘피의 능선’ 전투에서 전사하셨다. ‘피의 능선’ 전투는 우리 국군 5사단과 미군 2사단이 힘을 합해 북한군 2개 사단을 격퇴한 전투”라며 “이 전투에서 우리 군과 미군은 1개 연대 규모의 사상자를 낸 반면 북한군은 1개 사단 규모 이상의 대규모 사상자를 낼 만큼 북한군을 대파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시 격전 상황은 미군의 ‘성조지’ 종군 기자들이 ‘피로 얼룩진 능선’(Bloody Ridge)이란 뜻에서 ‘피의 능선’으로 보도할 만큼 치열했다. 당시의 치열한 전투 상황을 알려주듯 고인의 유해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서로 떨어진 곳에서 발굴됐다”고 전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김봉학 일병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이어 “고인의 유해는 올 2월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춘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동생 고 김성학 육군 일병의 묘역에 오늘 나란히 안장됐다”며 “두 형제가 조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 참전한 지 73년 만에 유해로 상봉하게 된 것”이라고 추모했다.

이날 안장식에서는 두 형제의 고향인 대구 서구 비산마을의 흙을 준비해 묘역에 뿌려 의미를 더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호국의 형제’ 안장식 참석은 2011년 6월6일 이명박 대통령이후 12년 만이다.

안장식에는 고 김봉학·김성학 일병의 남동생 김성환씨와 부인 하정자씨, 조카 김미수씨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두 형제의 어머니가 1990년 초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 두 분이 전사했으니 40년 생을 어떻게 사셨겠냐”며 위로했고, 유가족들은 “큰 형님이 어두운 곳에 계셨는데 이제 밝은 곳으로 나왔으니 두 형제가 손 꼭 잡고 깊은 잠을 드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윤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안장식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김승겸 합참의장, 박정환 육군·이종호 해군·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스콧 플레우스 주한미군 부사령관, 손희원 6·25참전유공자회장, 신상태 재향군인회장 등이 참석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고 김봉학 일병 유해 안장식에 참석해 헌화후 분향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어 제68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호국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에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6·25전사자와 군인·경찰·해경·소방 등 제복 입은 영웅들의 유가족들과 함께 추념식장에 나란히 입장했다.

동반 입장한 유족은 추념식에 앞서 거행된 ‘호국의 형제’ 안장식에 참석한 고 김봉학·김성학 육군 일병의 동생 김성환씨를 비롯해 △6·25 전사자 유족인 이천수(고 이승옥 육군 이등중사의 조카)·전기희(고 전복희 육군 하사의 동생)·고영찬(고 고영기 육군 하사의 동생)씨와 순직 군인 유가족 이준신(박명렬 공군 소령의 배우자이자 고 박인철 공군 소령의 모친)씨 △순직 경찰 유가족 이꽃님(고 유재국 경위의 배우자)씨 △순직 해경 유가족 황상철(고 황현준 경사의 부친)씨 △순직 소방 유가족 박현숙(고 허승민 소방위의 배우자)씨다.

추념식은 오전 10시 묵념으로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화와 분향에 이어 유골이나 시신을 찾을 수 없는 전사자들의 위패 10만 위가 모셔진 위패봉안관을 찾아 참배하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의 명복을 빌었다.

윤 대통령은 추념식에서 국가유공자 본인 및 유족들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직접 수여했다. 경찰 복무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골절상을 입은 퇴직 경찰 나영진씨, 군 복무중 화약 폭발사고로 부상을 입은 황도현씨, 천안함 피격사건 생존자 박현민씨, 그리고 6·25전사자 고 조종두(자녀 조영호씨 수여)씨와 폐렴으로 돌아가신 퇴직 소방관 고 손준호(배우자 전윤옥씨 수여)씨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하고 감사인사를 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현충일 추념식에서 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공산 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피를 흘린 미국을 비롯한 유엔 참전국 용사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신 해외 파병 용사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앞서 진행된 ‘호국의 형제’ 안장식을 이야기하며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12만 명의 국군 전사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독립과 건국에 헌신하신 분들, 공산 전체주의 세력에 맞서 자유를 지켜내신 분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 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분들은 국가의 영웅이고, 우리 후대에게 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가르침으로써 이 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국제사회에서 나라다운 나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어제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했다.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더 잘 살피고 예우할 것이다. 지난 3월6일 김제소방서 성공일 소방교가 화재 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했다. 소방관이 된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30세의 꽃다운 청년이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다급한 외침을 듣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면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성공일 소방교처럼 자신의 안위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제복 입은 영웅들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아울러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 군인·경찰·소방관 등 제복 입은 영웅들을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며 “정부는 제복 입은 영웅들과 그 가족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자긍심을 가지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고, 수호하신 분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의 실천 명령이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을 수호할 헌법상 책무를 지고 있으며 헌법상 책무를 다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현충일 추념식에는 김명수 대법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주요 직위자, 이종찬 광복회장 등 보훈단체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당 대표, 시민과 학생 등 7000여 명이 참석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된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유공자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식에 이어 베트남전 및 대간첩작전 전사자 묘역을 전격 방문해 자유수호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베트남전 및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이 있는 제3묘역은 1981년 6월 조성됐다.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먼저 베트남 파병 장병들이 잠든 묘역을 찾았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부친인 고 박순유 중령의 묘소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곳에서 박 장관의 모친 등을 만나 위로했다. 이어 고 박용재 육군 대위 묘소도 찾아 참배했다. 박용재 대위는 전사 당시 미혼으로 후손이 남아있지 않았으나 당시 같은 소대원 16명이 40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박용재 대위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접한 윤 대통령은 “참으로 대단하다”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고 용산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간첩 작전 전사자 묘역을 찾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베트남전 및 대간첩작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먼저 고 이상현 해병 상병의 묘소를 참배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상현 상병은 1972년 경남 진해에서 초소 근무 중 무장공비와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윤 대통령은 사병 묘역도 돌아보며 참배 온 유족들에게 “전사한 영웅들과 좋은 말씀 많이 나누시라.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전사하신 분들의 피 묻은 전투복 위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족들은 이에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네요”라며 감사를 표했고, 윤 대통령은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당선 전에도 베트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하신 적 있다”면서 “국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베트남전 참전용사와 전사자 분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 유공자들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 조금 소외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세계적인 안보, 경제위기 등과 맞물려 간첩이라든지 보안, 안보에 대한 경각심은 우리가 다시 한번 가져야 되지 않나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국립 서울현충원에 조성된 베트남전 및 대간첩작전 전사자 묘역을 방문해 유가족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은 이날 제68주년 현충일 행사에서 ‘121879 태극기 배지’를 패용했다. ‘121879 태극기 배지’는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12만 1879명의 참전용사를 끝까지 잊지 않고 찾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필자소개 *

▲ 남궁창성 기자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하고 있다. 지난해 ‘BH 청와대 그 마지막 15일, 북악에서 용산까지’를 출간했다. 강원도민일보 지면은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서비스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의 국정을 주제로 전국의 뉴스 콘텐츠 소비자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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