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분리 징수 "돈줄로 공영방송 길들이기"
대통령실이 전기요금에 합산해 걷고 있는 KBS 수신료(월 2500원)를 분리 징수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5일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자원부에 권고했다.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과 관련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7일자 사설에서 “공영방송 옥죄기” “돈줄을 죄어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KBS 수신료는 구시대 유물”이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경향은 사설 <<strong>여론몰이식 KBS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옥죄기인가>에서 “대통령실은 직접 홈페이지에서 한 온라인 찬반 여론조사에서 징수 방식 개선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조작 가능성 등 문제점이 다수 드러난 터라 신뢰성엔 물음표가 쳐 있다. 그걸 ‘국민 여론’이라고 밀어붙이니 공영방송 옥죄기에 나섰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9일~4월9일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하는 현행 통합 징수방식의 적절성과 합리적인 수신료 징수 방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했다. 그 결과 전체 참여 8251표 가운데 96.5%(5만6226표)가 징수방식 개선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이 투표는 동일인의 중복 투표가 가능한 방식이라 여론수렴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여당과 일부 보수 유튜버가 지지층을 상대로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기울어진 여론조사로 분리 징수를 강행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여타의 세금·공과금 부과 방식도 ‘국민 여론’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공공성이 있는 수신료 개편·폐지 논의는 정권이 주도해 속전속결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에 이어지는 공영방송 조기 장악 의도가 아니라면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신문은 사설 <<strong>텔레비전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길들이기 아닌가>에서 “현재 한국방송(KBS) 전체 재원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이른다는 점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돈줄을 죄어 공영방송을 길들이려는 의도라면, 언론 자유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고 했다.
KBS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부터 한전에 수신료 징수를 위탁해왔다. 방송법은 수신료 납부를 TV 수상기 소지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KBS가 지정하는 대상에게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BS에 따르면 한전 위탁징수 전인 1993년 52.6%였던 수신료 납부율은 2021년 기준 99.9%다. KBS 수신료 수입은 지난해 기준 전체 재원의 45%인 6934억원 규모다.
한겨레신문은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 한전의 통합징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면서 “그동안 여러차례 통합 징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이 제기됐지만,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등을 이유로 한국방송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정부가 수신료 제도 개편에 발 벗고 나선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strong>구시대 유물 된 KBS 수신료, 왜 국민이 강제로 내야 하나>에서 “KBS 수신료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구시대 유물이다. 과거 지상파 채널 서너 개밖에 없던 시절 도입돼 30년째 세금처럼 강제 징수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TV 수상기 자체가 없는 집도 적지 않다. 같은 지상파 공영방송인 MBC는 수신료가 없다”며 “수신료 분리 징수든 폐지든 법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조선은 “KBS는 직원의 절반가량이 억대 연봉자다. 보직 없이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1500명에 달한다고 한다”며 “인건비 비중이 다른 방송사의 두 배인데도 구조조정 노력을 하지 않는다. KBS가 수신료를 받는 명분인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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