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악동' 트럼프의 역설…공화당 후보 넘어 백악관으로?

남승모 기자 2023. 6. 7. 09: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당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가장 큰 행사는 선거입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각 정당들이 정권을 놓고 맞붙는 대통령 선거입니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대선 때가 되면 언론사들도 전사적 역량을 동원해 개표 방송이나 기사 등 관련 콘텐츠를 쏟아냅니다. 선거가 본선이라면 경선은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초전이라고 해도 경선이 본선보다 관심과 중요도에서 늘 밀리는 건 아닙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한나라당 경선이 그런 예입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치러진 본선보다 더 치열하고 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선거와 경선은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또 누군가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선거는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적 행사인데 반해 경선은 선거에 나갈 후보를 뽑는 해당 정당의 행사입니다. 정당 입장에서는 선거 승리가 목적이니 당연히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를 원합니다. 하지만 후보 입장에서는 경선에서 승리해야 다음 무대인 본선에 나갈 수 있는 만큼 경선 승리가 최우선입니다. 한마디로 당내 경선에서는 정당과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트럼프 출마에도 후보 줄 잇는 공화당

대부분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대세론을 앞세워 당내 경선에서도 유리하기 마련이지만 늘 그런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념적 혹은 정책적 선명성이 강한 후보의 경우 본선에서 표 확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같은 이념적, 정책적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 내 선거, 즉 경선에서는 오히려 강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 그 후보에 열광하는 핵심 지지층이 있느냐도 주요 변수 중 하나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주류와 거리가 먼 사업가 출신이었지만 2016년 대선 때 당시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그 후 본선에서도 여론조사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은 그였지만 각종 추문과 기행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통 보수파를 자처하는 공화당 주류 상당수는 여전히 그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대선 출마 선언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사진=디샌티스 주지사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사표를 던진 후에도 공화당에서는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리틀 트럼프'로 불렸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에사 허친슨 전 아칸소주지사 등등에 이어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현지 시간 5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출마 서류를 제출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도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와 관계없이 공화당 바닥 민심은 여전히 트럼프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공화당 주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마당에 후보들까지 난립하면서 오히려 트럼프의 입지만 더욱 굳혀주고 있는 셈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마가(MAGA)'로 불리는 핵심 지지층이 경선에서 최대 무기가 될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트럼프 후보는 단 35% 득표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후보가 난립하면서 표가 분산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트럼프를 제지할 강력한 대항마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공화당 내 반(反) 트럼프 진영에서는 2016년 상황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어떻게든 후보 간 교통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교통 정리가 된다고 해도 트럼프를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조차 맥을 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12일부터 14일까지 공화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 3,5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61%가 대선 후보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때 깜짝 1위에 오르기도 했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18%에 그쳤습니다. 펜스 부통령 6% 등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습니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디샌티스 주지사는 66%에 머물러 78%를 기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밀 문건 유출 같은 각종 사법 리스크에 추문까지 겹쳤지만 트럼프 지지층은 오히려 더 견고해지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약점인 사법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미국 사법 시스템이 그다지 빠르게 작동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트럼프가 판결에 따른 법적 제한으로 내년 대선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51 대 49의 싸움…트럼프 당선 될까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본선 경쟁력은 어떨까요? 모닝컨설트가 유권자 5,000명을 대상으로 별도 실시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4%, 트럼프 전 대통령은 41%를 기록했습니다. 박빙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지지층 결집을 낳고 있지만 중도층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양당제가 고착화된, 특히나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대선은 51 대 49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중도층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가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뒤집힐지 모르는 게 선거판이고 또 경쟁 상대가 될 바이든 대통령이 잊을 만하면 고령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대선 결과를 점치기는 아직 이릅니다.


다만, 워싱턴에서 만난 상당수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들어올 경우, 우리나라에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거라고 입을 모읍니다. 당장 올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워싱턴 선언'부터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고,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불리는 주한미군 규모도 현상 유지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게 있다면,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방위비 분담금을 상당한 규모로 올릴 거라는 점입니다. 미국 대선을 흥미로만 지켜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