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규의 행복학교] 일근천하 무난사 (一勤天下無難事)

입력 2023. 6. 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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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최경규
당신은 살면서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있을까? 관계 속에서 느끼는, 나와 다르다는 이질감으로 갑작스럽게 조직이나 사람에서 멀어져갈 때 인간은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외로움의 또 다른 해석, 진심을 다한 관계 속에서도 느끼는 이런 감정은 우리를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며칠 전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의 이야기, 열정을 바쳐 일한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해고통지를 받았다. 회사에서는 이미 수차례 이야기를 했다고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인 줄 몰랐다고 하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나를 찾았다. 편두통이 심해져서 이제는 우울증에 저녁이면 늘 술을 찾는다는 그를 보았다.

눈동자는 주인 잃은 어린 양처럼 초점을 잃었고, 나무처럼 메마른 얼굴에서는 자조 섞인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그는 누가 보더라도 삶의 패배자인 것처럼 생활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잃은 것은 직장뿐만이 아니었다. 삶의 울타리가 없어진 것이다. 그동안 익숙했던 문화와 관계 속에서 갑자기 이탈된 오늘이 그에게는 지옥인 것이다.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지만 그러한 힘이 그에게는 없었다.

직장에서의 이별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이든, 익숙한 것과의 멀어짐이란 우리 인간을 힘들게 한다.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는 태풍, 노란색 우산을 든 어린 자아의 힘만으로 서 있는 것은 어렵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성숙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성장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맛비가 언제 그칠지 모르는 시간들 속에서 너는 이것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마음으로 어린 자아를 어두운 밤, 등대 옆에 홀로 세워두지 않았으면 한다. 때로는 빗소리보다 더 큰 울음으로 그와 함께 우는 시간도 나쁘지 않다.

세상에서 모든 일은 시절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 때가 되어야만 그릇도 깨지고, 생각지도 못한 인연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사랑이라는 여행에서 갑자기 내려야만 할 때, 그곳이 종착역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갈아타는 교차로에 선 우리는 새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새 그릇에 새 물을 담듯이, 그런 담담한 자세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아야 한다.

일근천하 무난사 (一勤天下無難事)

모든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할 때 하늘은 절대 풀지 못하는 숙제를 주지 않는다. 오늘 시련의 고통이 내일의 영광이 될 자양분임을 잊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리는 웃을지도 모른다. 내 진심을 알 그런 직장과 사랑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다.

나를 찾은 그에게 말하고 싶은 말이 있다.

“마지막 선택지를 고를 시간이 왔어요. 지금 이대로 슬픔으로 내일을 맞을 것인지, 아니면 보란 듯이 달라진 얼굴로 지난 인연들에게 미소를 지을 승자로 살 것인지 말이에요. 한번 깨어진 그릇은 다시 붙일 수 없어요,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답니다. 그러니 이제 사라진 울타리만 보지 말고, 당신의 울타리를 스스로 만들어 볼 시간이 온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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