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저승사자 에스크로제…LH전세임대 입주 전 ‘일시 예치’ 도입 [부동산360]

입력 2023. 6. 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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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전세임대, 보증금 일시예치제 도입 전망
안전 담보하되 사업 실효성 고려한 제한적 조치
민간 임대차 시장 에스크로 적용도 쉽지 않을 듯
국토장관 언급에 논란 커지자 도입 계획 선 그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보이는 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사태를 막을 수단으로 거론되는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 도입에 대해 선을 그은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임대주택 사업에는 임차인 입주 전 ‘일시 예치’ 제도가 적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임대 기간 내내 전세금을 묶어두는 게 아니라, 전입 이전에만 일시적으로 예치해 안전한 입주를 지원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7일 LH에 따르면 현재 전세임대 업무의 시스템 등 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LH는 집주인과 전세계약 을 체결하고 무주택 저소득층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재임대하는 ‘LH전세임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LH전세임대 입주 예정자가 입주할 주택을 찾아 LH에 접수하면, LH가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LH는 이 제도를 ▷권리분석 ▷계약이행 단계 ▷관리전환 등 단계별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가령 권리분석 단계에서는 원사이트토털서비스를 통해 입주자 지원을 강화하고, 계약이행 단계에서는 업무자동화솔루션(RPA)를 통한 계약이행 조건 확인 및 전세보증금 일시예치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리전환 단계에서는 대항력 자동 확인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중 전세보증금 일시예치제는 임차인의 전입 전까지만 보증금을 예치해 두는 방식이 유력하다. LH의 잔금 지급과 임차인의 점유·전입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일시적으로 예치해 계약 동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민간 임대차 시장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직접 보증금을 보내지만, LH전세임대는 기관이 중간에 껴있다 보니 집이 비어있는지 확인되기 이전까지 보증금을 묶어둬 보다 안전한 입주를 돕는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잔금 지급과 주택 인도, 안전한 입주를 동시 이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잔금을 예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며 “임차인의 입주가 완료되면 예치는 풀리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LH전세임대 주택은 보증보험이 모두 가입돼 있지만, 보증금 미반환 사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임차인이 점유 이탈로 대항력을 상실하는 등 과실이 있는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뜩이나 LH전세임대주택 집주인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일시 예치가 아닌 에스크로제를 도입하면 사업 실효성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LH는 이 같이 제한된 일시 예치제만 적용키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실효성을 고려해 극히 제한적 조치만 검토되는 상황은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에스크로제 도입 가능성이 옅어진 이유와 맥을 같이한다. 앞서 보증금 반환 문제와 관련해 에스크로 제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자, 시장에서는 거센 반발과 우려가 뒤따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제도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와 거래소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원 장관의 발언을 전세제도 무력화 조치라고 받아들였다. 에스크로 도입 시 신탁사나 보증기관에 보증금을 맡겨 집주인은 이자에 해당하는 수익 정도만 얻는데, 이는 곧 전세 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인들의 반발은 물론, 세입자들 사이에서도 전세가 사라지면 월세로 밀려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원 장관은 최근 출장에서 “도입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위험도 높은 부분에 부분적으로 에스크로를 도입하거나, 변형해서 쓸 수도 있다”며 일부 도입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전문가 사이에선 실효성을 담보할 만한 수준에서 보증금 일부를 제한적으로 예치하는 것은 검토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016년 시중은행과 함께 에스크로 계좌 시범 상품을 출시한 바 있지만 낮은 수수료에 외면 받으며 1년 만에 사라진 바 있다.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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