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들판이 푸른 것은 잡초 때문
해마다 초여름이면 도심에서 땅을 뚫고 솟아나는 잡초들이 눈에 띄인다. 검은 아스팔트나 단단한 석재로 포장된 회색의 도로를 뜷고 푸른 식물들은 도심에서 잘 도 자란다. 학자들은 약간의 먼지와 적당한 수분과 햇빛이면 어디서든 싹이 트고 살아나는 것들이 식물들, 즉 잡초라고 했다.
사실 잡초라는 이름의 식물은 없다.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원치 않는 곳에 자란 식물을 잡초로 부를 뿐이다. 실제로 도심에서 잡초로 불리는 여러 식물들은 대부분 식용이 많고 그중에 약재로 사용되는 것도 많다. 쑥이나 미나리 등은 모두 떡이나 반찬이거나 약으로도 쓰이지만 도심에서 제멋대로 자랄때 잡초 취급을 받는다.
40년 넘게 잡초를 연구한 고려대 강병화 명예교수는 “쓸모없는 잡초는 없다”고 했다. 독일에서 제초학으로 박사를 받고 돌아와 전국을 돌며 우리나라 야생풀 연구를 해왔던 그는 60만장의 사진과 1천 6백여종의 종자를 모으기도 했다.
이문조 시인은 잡초를 두고 “들판을 푸르게 하는 것은 잘난 장미나 백합이 아니라 잡초 때문”이라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각기 자리잡고 제역할에 충실히 살아가는 ‘들풀들’이 들판을 푸르게 하고 세상을 지탱해간다”고 했다.
생명력이 너무 강하면 해가 될수도 있다. ‘농사의 절반이 잡초 제거’라는 말도 있듯이 생명력이 너무 강한 식물들은 제초제로 제거되기도 한다. 잡초 종자들은 보통 90%가 땅속에서 나올 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다른 풀로 나오는 종자가 사라지면 다음 종자가 기다렸다가 싹을 틔운다.
식물들은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씨앗을 퍼뜨리면서 계속 보존하고 생명을 이어간다. 도심 철로변에 망초나 민들레가 많은 것도 기차나 차들이 일으키는 강한 바람으로 씨앗을 퍼뜨리기 때문이다.
미국립과학원회보가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지구의 생물량 분포 논문에 따르면 지구의 생물 5천 5백억톤 가운데 식물이 4천 5백억톤으로 80%를 차지한다. 지구에서 가장 많은 생물은 인간이나 다른 어떤 동물도 아닌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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