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사람은 주로 어떤 부류인가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2023. 6. 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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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키워드를 등록해놓으면 관련 뉴스가 뜰 때마다 스마트폰 알림을 받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예전 화물차 기획 취재 때 '화물차' '사고' '사망'과 같은 키워드를 등록해놓았다.

아는 사람이 한 명 생기면, 그가 속한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취재를 하고 나면 가끔 취재원이 취재원을 넘어 아는 사람의 범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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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지난해 10월26일 화물차 기사 김원식씨가 화물 상차를 기다리며 식사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관심 키워드를 등록해놓으면 관련 뉴스가 뜰 때마다 스마트폰 알림을 받는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예전 화물차 기획 취재 때 ‘화물차’ ‘사고’ ‘사망’과 같은 키워드를 등록해놓았다. 아직도 하루에 몇 건씩 화물 트럭 사고 부상·사망 뉴스가 뜬다.

취재 전과 취재 중에는 일 때문에 그 뉴스들을 살폈다면, 취재가 끝난 지금은 개인적인 이유로 뉴스를 클릭한다. ‘25t 트레일러’ ‘60대 기사’ ‘사망’과 같은 단어가 보이면 가슴이 철렁인다. 혹시 취재 중 만난 기사님은 아닐까 걱정되어서다.

그 취재원과는 꽤 긴 시간 함께 차를 타고 밥 두 끼를 같이 먹고 A4 15장 분량의 인터뷰를 했다. 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일과 삶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옆에서 들여다보았다. ‘아는 사람’의 범주에 들어온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전화해 별 용건 없이 안부를 물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사이.

그렇게 ‘아는’ 화물차 기사가 생긴 뒤 거리에서 ‘팔뚝질’하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집회가 더 이상 ‘집단행동’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하나 얼굴을 들여다보고 그 안의 서러움과 신산함을 상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아는 사람의 힘이 그렇게 무섭다. 아는 사람이 한 명 생기면, 그가 속한 세계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취재를 하고 나면 가끔 취재원이 취재원을 넘어 아는 사람의 범주에 들어온다. ‘아는’ 노숙자, ‘아는’ 장애인, ‘아는’ 이주민… 하지만 문득 깨달았다. 기자 연차가 쌓일수록 아는 사람의 범주가 점차 한쪽으로 쏠려가고 있었다. ‘아는’ 교수, ‘아는’ 의사, ‘아는’ 변호사, ‘아는’ 국회의원….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했다.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실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공감 회의론자’ 중 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우물 속에 있고 그것을 뛰어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믿고 있다. 다만 ‘이 우물이 전부는 아니다’라는 사실 정도만 받아들여도 많은 것들을 새로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자 생활을 하며 얻은 다양한 ‘아는 사람’들을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적어도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정치를 하고 정책을 만들고 여론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차분히 짚고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가 어디에 갇혀 있는지, 내가 주로 아는 사람은 어떤 부류인지, 특히 이해와 공감이 안 가는 사람은 주로 어떤 부류인지. 그리고 그 이해 불가한 부류 중 ‘아는’ 사람을 한 사람만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단언하건대, 그러고 나면 그 집단 모두가 적이나 악마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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