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무림그룹 정자경·이승은 모녀에 얽힌 대승케미칼 비밀

신성우 2023. 6. 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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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무림⑤
지분 60%, 40% 개인회사…경영도 참여
한때 무림파워텍 매출 비중 60% 육박
무림P&P에 매각…2억으로 30억 차익  

가업 경영에 담을 쌓고 있다고는 해도 주주로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을 법 하지만 현재 계열사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반면 줄곧 이래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열사 이사회 명단에 오랜 기간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지분도 적잖이 가지고 있었다. 제지·펄프 중견기업 ‘무림(茂林)’의 맏딸은 이래저래 신비스러운 존재다.  

무림그룹의 2대 오너 이동욱(75) 회장이 현 경영 실권자(實權者)이자 1남1녀 중 장남인 이도균(45) 사장의 후계 기반을 닦는 데 열일하는 와중에도 딸 몫을 챙겨주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음을 뜻한다.‘[거버넌스워치] 무림 ④편’에서 언급했지만, 2012년 장녀에게 무림캐피탈 지분 5.1%를 증여해주고 49억원을 안겨준 게 2018년의 일이다. 

또 있다. 옛 대승케미칼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따름이지 든든한 ‘계열빨’을 기반으로 소리 소문 없이 물주며 키웠던 곳이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었다. 지난 일이지만 무림 지배구조를 얘기하면서 빼놓고 가면 섭섭하지 싶은 이유다. 재산 증식에 관한 한 일가견(一家見)이 있는 집안이다.    

무림파워텍 본사/이미지=무림파워텍

소리 소문 없이 물주며 키운 대승케미칼

대승케미칼은 2006년 12월 자본금 2억원으로 설립돼 무림 계열로 편입됐다. 초기부터 계열사간 출자로 전혀 엮이지 않았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전량 보유했다는 뜻이다.  

바로 이 회장의 부인과 장녀다. 정자경(70)씨 60%, 이승은(40)씨 40%다. 모녀 소유를 확인시켜 주기라도 하듯 경영에 직접 발을 들이기도 했다. 즉, 이 회장과 함께 이례적으로 부인은 물론 맏딸까지 사내 등기임원으로 활동했다. 장남인 이 사장도 나중에 이사회에 합류했지만 한참 뒤인 2018년 2월 무렵이다.   

현재 대승케미칼 법인은 사라진 상태다. 작년 말 표백화학펄프 및 인쇄용지 업체 무림피앤피가 흡수합병했다. 이보다 앞서 2012년 11월 무림P&P가 모녀 소유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모녀가 함께 대승케미칼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때도 이 때다.  

한데, 당시 정자경·이승은 모녀가 무림P&P에 지분을 넘겨주고 받은 돈이 32억원이다. 주당 7만9200원, 액면가(5000원)의 16배나 됐다. 모녀가 출자 6년 만에 각각 18억원, 12억원 도합 3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계산이다. 비결이 뭐냐고 묻는 것은 불필요한 사족이다.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지도 없다. 

대승케미칼 주주변동
대승케미칼 재무실적

2012년 주인 바뀐 뒤로는 내부거래 ‘뚝’

대승케미칼은 수산화마그네슘, 요소수 등 화학제품 제조사업을 하던 업체다. 경남 진주에 위치했다. 무림P&P가 기존 펄프․제지․금융(무림캐피탈) 외에 대승케미칼 합병 이후로 현재 ‘기타부문’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오너가(家)의 모녀와 무림P&P간의 ‘딜’이 있었던 2012년을 보면, 총자산이 21억원으로 기업 볼륨은 이렇다 할 게 없었다. 반면 외형치고는 벌이가 알찼다. 확인 가능한 범위로는 2010~2011년 매출 37억원에 영업이익은 2억~7억원을 벌었다. 순익 또한 2억~6억원 정도였다. 사실 계열사가 떡하니 자리 깔아주는 데 돈이 안 벌리는 게 이상하다. 

무림파워텍이다. 1995년 3월 설립한 신동에너지가 전신(前身)이다. 대승케미칼이 위치했던 경남 진주 상평산업단지에 소재한 열병합발전 및 지역냉난방 업체다. 역시 상평공단에 자리 잡고 있는 인쇄용지 업체이자 모회사 무림페이퍼에 증기 공급을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작년 매출(774억원) 중 무림페이퍼 비중이 67%(518억원)에 이른다.  

즉, 무림파워텍이 사업적으로 대승케미칼의 뒤를 봐줬다. 수치가 증거다. 2011년 무림파워텍이 대승케미칼로부터 부재료를 매입하고 지불한 비용이 21억원이다. 이는 대승케미칼 매출(37억원)의 58%를 차지했다. 이렇다보니 무림 오너 모녀가 대승케미칼 지분을 넘기며 짭짤한 수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오너 일가 재산증식의 지렛대로서 제 역할을 다한 뒤여서 였을까. 흥미롭게도 무림파워텍은 대승케미칼이 무림P&P 자회사로 편입된 뒤로는 대승케미칼과의 내부거래를 축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2012~2017년 10억원대에서 2021년에 가서는 2억원에 머물렀다. 

대승케미칼 또한 이와 맞물려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 무림P&P에 통합되기 전인 2019~2021년  매출 15억~16억원에 많게는 1억원 3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주인이 오너가의 모녀에서 계열사로 바뀐 뒤의 모습이다.(▶ [거버넌스워치] 무림 ⑥편으로 계속)

무림그룹 지배구조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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