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시내버스

윤평호 기자 2023. 6. 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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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한번 못 타보고 세상 떠난/ 우리 과동할매 살았더라면/ 징도 더 크게 울리고/ 장구도 더 멋지게 치면서/ 새양동 마을 사람들과 맛 잡으며 지냈던/ 구수한 이야기들 다시 할 수 있을 텐데/ 아쉽지만 기쁜 날/ 마을 유지급이라고 자칭하던 놈들이/ 지 호주머니 챙기느라 바뻐서 늦어진/ 시내버스 개통식날/ 군수, 면장, 조합장, 지서장도/ 그날 첨으로/ 기름기 반듯한 얼굴을 안동마을에 내밀었다/중략/ 그려, 뻐스야/ 머슴처럼 힘차게 달려라/ 우리들의 모든 슬픔 다 싣고/ 부정하는 놈들 모가지 칵칵, 바퀴 속에 넣고/ 멋지게 달려/ 농약하다 쓰러진 아재들/ 리어카에 싣고 맨발로 달려온/ 그 설운 세상살이들 다 싣고/ 과동할매 얼싸안고/ 먼지 푹푹 나는 신작로 길을 재미지게 달려부러라." 1990년 창비에서 나온 시집 『해 뜨는 검은 땅』에 실린 박영희 시 '시내버스 개통식 날 남악리 19'의 일부이다.

경영난에 봉착한 시내버스 운수사들의 운행중단 예고도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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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부장

"버스 한번 못 타보고 세상 떠난/ 우리 과동할매 살았더라면/ 징도 더 크게 울리고/ 장구도 더 멋지게 치면서/ 새양동 마을 사람들과 맛 잡으며 지냈던/ 구수한 이야기들 다시 할 수 있을 텐데/ 아쉽지만 기쁜 날/ 마을 유지급이라고 자칭하던 놈들이/ 지 호주머니 챙기느라 바뻐서 늦어진/ 시내버스 개통식날/ 군수, 면장, 조합장, 지서장도/ 그날 첨으로/ 기름기 반듯한 얼굴을 안동마을에 내밀었다/…중략…/ 그려, 뻐스야/ 머슴처럼 힘차게 달려라/ 우리들의 모든 슬픔 다 싣고/ 부정하는 놈들 모가지 칵칵, 바퀴 속에 넣고/ 멋지게 달려/ 농약하다 쓰러진 아재들/ 리어카에 싣고 맨발로 달려온/ 그 설운 세상살이들 다 싣고/ 과동할매 얼싸안고/ 먼지 푹푹 나는 신작로 길을 재미지게 달려부러라." 1990년 창비에서 나온 시집 『해 뜨는 검은 땅』에 실린 박영희 시 '시내버스 개통식 날 남악리 19'의 일부이다.

사전상 시내버스는 "시의 구역 안에서 정해진 노선을 따라 운행하는 영업용 버스"이다. 2007년 조선일보 칼럼을 보면 국내 시내버스는 지역에서 최초 선 보였다. 대구호텔 주인이었던 베이무라 다마치로가 일본에서 버스 4대를 들여와 1920년 7월 경상북도 대구부, 오늘날 대구광역시에서 첫 시내버스를 운행했다. 서울 시내버스는 1928년 경성부 부영버스가 시초. 당시 대구나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은 전차보다 비싸 인기나 이용에서 전차에 밀렸다.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며 시내버스는 대중교통의 필수재가 됐다. 농산어촌 오지마을에서는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환대 받았다. 하지만 마이카 시대 개막, 인구의 지속 감소, 지역소멸 가시화 등이 복합작용하며 근래는 '서민의 발'인 시내버스가 흔들리고 있다. 경영난에 봉착한 시내버스 운수사들의 운행중단 예고도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천안시는 박상돈 시장 취임 후 교통복지 강화를 근간으로 대중교통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준공영제 도입 등 시내버스 운영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내버스는 사람과 사람, 장소와 장소, 공간과 공간의 연결이다. 새로운 시내버스 운영체계 모색이 단순히 교통체계 개편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이다. 그리고 지역의 현재와 앞날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결정에 시민 참여도 늘 담보돼야 한다. 시내버스는 '함께'버스여야 하기 때문이다. 천안발 시내버스 혁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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