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유월의 노래

이미연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 2023. 6. 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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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월령가'라는 노래가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 풍속, 행사, 제철 음식 등을 월별로 정리하여 일러 둔 노래로, 농민들이 아니라 조선 헌종 때의 실학자 정학유가 농민들에게 농업 기술과 예절 등을 가르치며 농사일을 권면할 요량으로 지었다고 한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던 농민들에게 그 노래가 정말 필요했을 지는 의문이지만, 후대의 우리는 덕분에 당시 풍속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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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

'농가월령가'라는 노래가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 풍속, 행사, 제철 음식 등을 월별로 정리하여 일러 둔 노래로, 농민들이 아니라 조선 헌종 때의 실학자 정학유가 농민들에게 농업 기술과 예절 등을 가르치며 농사일을 권면할 요량으로 지었다고 한다.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던 농민들에게 그 노래가 정말 필요했을 지는 의문이지만, 후대의 우리는 덕분에 당시 풍속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월령이란 요즘 말로 하자면 월별 스케줄이다. 내가 일하는 치과계를 훗날 후손들이 돌아본다면, 치과계의 6월령은 구강보건의 날이 으뜸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터이다.

요즘의 정서로는 오해할 수도 있지만, 6월 9일은 만 여섯 살에 나는 생애 최초의 영구치 어금니인 제1대구치를 상징하며, 어린 나이로부터 평생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된 날짜이다. 이를 기념하여 전국에서 많은 행사가 열리지만, 대부분은 거리에서 홍보물을 전달하거나 임시천막에 무료검진소를 설치해 구강검진을 할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긴 하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이 정말 구강검진 받을 기회가 없는 것이 문제일까.

며칠 전에 얼굴이 퉁퉁 부은 환자가 찾아왔다. 몇 년 전에 이가 좋지 않아 치료받으시라고 당부했던 환자였다. 그 당시에는 괜찮다고 돌아가시더니, 다른 곳에서 치료받았는데 탈이 났으니 이번에는 원장님이 치료해 달라고 내원하셨다. 엑스레이를 보니 도저히 치과의사가 했다고 믿을 수 없는 진료였다. 다시 물으니 사실은 치과가 아니라 야매에게 갔단다. 솔직히 치과의사로서 무자격자가 한 엉터리 치료의 뒤처리를 해주려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정책적으로는 이런 불법의료시술의 뒷탈을 해결해주지 말아야 불법의료가 근절될 수 있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그럼에도 당장 아파죽겠다고 하는 환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나와 같은 치과의사들의 마음이라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 여러 날에 걸쳐 고름을 제거하고 소독을 하니 환자분의 동통은 많이 감소했다. 환자분도 내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가 된 야매 보철을 제거하고 해당치아를 뽑아야 할 것이다. 이 환자분은 그 말을 들으면 어쩌면 역정을 내며 병원을 나갈지도 모르고, 며칠 치료하니 멀쩡해지는데-전혀 멀쩡하지는 않다-역시 치과의사는 돈만 아는 사람이니 야매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논리적 비약이 아니라 슬프게도 몇 번의 경험으로 짐작하게 된 일이다. 질환의 근본적인 해결이나 예지성 있는 유지관리보다는 당장만 괜찮으면 무조건 저렴한 것이 옳고 참된 치료라는 가치관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이제는 불법의료 시술자와 이용자들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아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걱정이 된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OECD국가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디와 비교하여도 손색없이 훌륭하며, 급여와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하여도 그 어느 나라보다 낮은 비용으로 우수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낮은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국민들도 있다면 사회보장제도로서 돕는 것이 합당하지, 진료비의 저가 경쟁으로 해결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실효성 있는 국가의료정책이 수립되기를 바래본다. 순간만 넘기는 미봉책이나 위에서 아래로만 지시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가 담기는 정책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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