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창의적 재생을 위한 제언

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2023. 6. 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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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융합의 시대에 건축학은 참으로 할 일이 많은 학문 분야라고 자부한다. 과거엔 단지 건축물을 기능적이고 효율적으로 빠르게 설계하고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업무이자 과제였다면, 현재 또는 근미래엔 더 넓은 시야를 갖고 도시와 지역문제에 대한 학제적인 해법을 찾는 데 건축전문가들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이든 '지역재생'이든 그 용어가 중요하기보다는 목표와 비전에 공감하고 중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갖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권 교체와 지자체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바뀌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필자와 같은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볼 때는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창의적 재생을 위한 다른 나라들의 선행사례들을 살펴볼 때마다 각 나라의 특수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하면서도,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답답함에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중앙 및 지자체 부처 간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이고 유연한 지역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장소마케팅의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기 위해선 부처 간 협력체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건축 내지는 공간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만 하더라도 부처별로 중복되거나 상호 간의 시너지 관계 등에 대한 고려와 조율 없이 하향식 공모 등으로 지역에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수동적으로 받아서 지침에 맞게 시행하는 데만 급급하게 되는 비효율적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게다가 담당 공무원들은 해당 업무에 좀 익숙해질 만하면 전혀 다른 부서로 인사이동 돼 가버리는 것도 공무원들의 역량 강화 내지는 전문성 함양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최근에 일본 동경 시부야의 재생 사례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유연한 지역관리회사들의 서비스디자인적 접근으로 도시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어 경쟁력을 높이려는 일련의 노력들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자체 공무원들과 지역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건축 및 공간 중심의 스페이스 브랜딩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도시와 지역 매력도를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바로 브랜딩이다. 브랜딩에 있어서 건축과 공간의 역할은 매우 지대하며, 이 부분을 지자체와 지역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공성과 상업성의 균형감 속에서 창의적 재생을 위한 청사진을 함께 그릴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외국의 사례 중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의 기네스 맥주공장 부지의 재생, 덴마크 코펜하겐의 칼스버그 맥주공장 부지의 재생은 이러한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컬처노믹스 시대에 걸맞은 문화적 재생으로 산업적 유휴부지나 부정적인 장소 이미지로 방치되었던 곳이 얼마든지 '빌바오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이 인식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학습을 통해 동기부여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자체와 대학, 기업, 시민들의 실질적 협의체 기반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시도와 실험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가에서의 화두는 교과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이다. 통폐합 및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긍정적인 취지와 그에 반하는 다양한 의견들도 공존해 대립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과는 무관하게 건축과 도시 분야로 국한해 위에서 말한 4개 주체의 적극적이고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은 지역의 지속 가능하면서도 창의적 재생을 위해 선결돼야 한다. 쉬운 예로 특정 지역 공간을 민관이 협력해 사업을 주도하고, 대학에선 학생들의 교육 과정과 교수들의 연구주제에 그 부분을 포함시켜 실질적인 연계 시스템이 작동 가능토록 하고, 전반적 과정에 해당 지역 주민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들도 수용해 나가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대학이 지역융합재생학과를 신설해 지역 내 다양한 문제들을 실험하면서 로컬콘텐츠에 기반한 창의적 재생의 결과물들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이 곧 글로컬 대학의 선도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창의적 재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도 능력 있고 부지런한 우리가 직면한 걸림돌 내지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성의 부족,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의식 와해, 우리가 사는 동네와 지역에 대한 애착심 결여 등일 것이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각자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창의적 재생'과 같이 우리 모두에게 당면한 과제만큼은 같은 지향점을 가리키며 라운드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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