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멸종위기종

최영민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2023. 6. 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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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한국화학연구원 부원장

운동 삼아 걸어 다니는 출퇴근길에 작은 개울을 지난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계절 따라 변하는 수생식물들, 물고기 떼, 오리들을 탐색하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오늘도 물가를 살피며 걷고 있는데, 저만치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펴보니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수달이었다. 몇 해 전에는 종종 보였는데 하천 정비사업을 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잠깐 나를 바라보던 놈은 이내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파괴된 서식지를 떠나 어딘가에서 꿋꿋하게 살다가 개울의 생태계가 다시 회복되니 돌아온 것이리라.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수질오염, 불법 포획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감소하자 1986년부터 수달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다. 꾸준한 보호사업을 통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보호관리에 힘써야 한다.

멸종위기종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위협요인으로 인해 개체 수가 현격히 감소하거나, 적은 숫자만 남아 있어 가까운 장래에 절멸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생물종을 말한다. 멸종위기종은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포유류, 조류, 곤충, 식물 등 세계적으로는 약 3만8543종, 우리나라에는 282종을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생물종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인위적 위협요인' 때문이다. 산림 벌채, 주택·도로 건설 등 인간이 생활 영역을 넓히면서 생물이 서식하는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인간의 과도한 자원 이용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도 원인이다. 인간의 이동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외래종의 유입과 생태교란종의 등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러니한것은 인간이 세력을 넓힐수록 인간이 멸종위기종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인간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생물종이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면 결국 인간도 사라지게 되는데 말이다. 나는 비관론자는 아니지만, 현재의 인간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보면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민족소멸의 염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인류소멸론은 현재의 생태계 파괴 및 기후 변화와 같은 인간 활동의 영향력을 고려해 인간종 자체가 멸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론이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자연환경과의 균형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활하지 않으면 멸종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저널리스트이자 애리조나대학 국제저널리즘 교수인 앨런 와이즈만이 쓴 '인간없는 세상'(원제 The World without Us)은 인간이 사라졌다는 가정 하에 지구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예측한 책이다. 타임지로부터 '전 세계인이 읽어야 할 최고의 논픽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는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하여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아프리카, 아마존 등 전 세계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서 인간이 사라진 후의 세상을 예측했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도시가 붕괴되고, 온갖 구조물도 무너진다.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하면서 수십억 년 후 갖가지 생명체가 지구상에 번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콘크리트 플라스틱 심지어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까지도 부식시키고 분해하여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키는 경이로운 자기치유력을 보여준다.

현재의 생태계를 잘 보존하며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면서 멸종을 피할 것인가? 아니면 멸종 후 수십억 년이 걸려 자연의 일부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이 선택은 영장류목·호미니드과·호모속·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종인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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