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전쟁과 시사점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기차시대가 되면서 배터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통적 자동차에서는 엔진이 가장 중요했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며, 전기차 전체의 생산비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다. 배터리셀은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의 소재로, 이들 소재는 니켈, 망간, 코발트, 흑연, 리튬 등의 광물질로 구성된다. 배터리 생산 관련 공급망의 어느 일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전기차 생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광물은 다양한 국가에 분산되어 있지만, 광물을 이용해서 광물질을 추출하는 공장은 중국에 집중돼 있고, 소재나 배터리셀 제조도 중국의 비중이 매우 높다. IEA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배터리 생산의 75%를, 양극재와 음극재의 70%, 80%를, 리튬, 니켈, 코발트, 흑연 등 광물질의 60%, 30%, 65%, 70%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반면 이런 광물의 광산은 중국을 비롯한 오스트리아, 인도네시아, 콩고 등에 산재돼 있다.

세계 각국은 배터리 공급망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규정이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의 일정 비율이 북미지역에서 생산돼야 하고, 부품을 구성하는 광물질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을 조달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 등 우려 외국 집단에서 공급하는 광물질이나 부품이 포함되는 경우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EU의 핵심 원자재법(CRMA)은 배터리의 핵심 광물을 포함하는 주요 원자재의 공급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일정 비율을 EU 내에서 조달하도록 하는 조치다. 이 조치에 따르면 전략 원자재의 경우 2030년까지 소비량 대비 채굴 10%, 정제 40%, 재활용 원자재 15%를 역내에서 조달하게 돼 있다. 이 조치 역시 주요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목표이지만, 90%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중국 원자재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세계 배터리 생산은 LG 에너지솔루션, SK 이노베이션, 삼성 SDI 등 한국 기업과 일본의 파나소닉, CATL, 비야디 등 중국 기업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배터리의 소재는 일본업체가 강하고, 중국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 업체들도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광물질 정제는 중국이 절대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광산도 세계 각지에 분포돼 있지만, 중국이 후발국을 중심으로 광산 개발 및 인수 등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러한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면, 대안은 한국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광물질 정제에서 우리가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배터리나 소재 생산에서 우리가 강점을 지니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시행된 IRA 배터리 관련 세부지침에서는 우리가 생산 가능한 양극 및 음극 활물질 등을 광물질에 포함하면서 이들 물질의 국내 생산 및 수출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배터리 광물 관련 광산을 확보하고, 정제 등의 과정에 우리 기업들의 더 많은 참여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