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산은 죄가 없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2023. 6. 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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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의 장면이 아직 눈에 선하다.

미국, 호주를 비롯해 유럽 일부에서는 국가재난 수준의 대규모 산불이 매년 발생한다.

실제 지난 2018년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8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4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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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산불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의 장면이 아직 눈에 선하다. 해안을 따라 줄지어 있던 펜션과 주택이 불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강릉 산불의 충격이 유난히 컸던 이유는 대형 산불인 데다 이른바 '도심형 산불'이었기 때문이다. 먼 산의 나무와 숲을 태우던 산불은 이제 민가를 덮치고 도시를 위협한다.

산불은 커지는 중이다. 강릉 산불 한 번으로 축구장 530개 면적의 산림이 소실됐다. 미국, 호주를 비롯해 유럽 일부에서는 국가재난 수준의 대규모 산불이 매년 발생한다.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남한 면적의 42배에 달하는 숲이 불탔다. '(산불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보고서 제목은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산불이 길어졌다. 폭염과 가뭄으로 여름 산불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흔한 풍경이 됐다. 10여 년 전까지 국내에서 여름 산불은 흔치 않은 먼 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이제 우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8년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8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4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장마가 짧고 폭염이 길어지면 산불 기간도 늘어난다.

산불이 갈수록 가까워지고, 커지고, 길어지는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다.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이 잦아진 탓이다. 실제 호주의 경우 2019년은 지난 100년 동안 가장 덥고 건조한 해로 기록됐다. 그해 9월 발생한 산불은 무려 6개월이나 이어졌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월 전국 강수량은 2.6㎜로 평년의 10%에 불과했다. 그리고 2개월 후 산불이 동해안을 덮쳤고 무려 213시간 동안 지속됐다. 역대 최장 시간이자 1986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피해의 산불이었다.

그래도 국내 산불의 대부분은 인재(人災)다. 기후변화가 산불 증가의 필요조건이라면, 사람은 산불 발화의 충분조건이다. 그래서 매년 산불조심기간을 정하고 집중적인 예방과 감시 활동을 벌인다. 유성구도 지난 5월 중순까지 산불방지대책본부를 가동해 산불 예방과 감시, 진화 지원에 총력전을 펼쳤다. 산불 추진분담제를 시행하고, 취약지역에는 감시원과 진화대 등 50명의 인력을 고정 배치했다. 다행히 이 기간 유성구 산불은 단 1건(0.27㏊)에 그쳤다.

유성구는 최근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산림 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육성, 산사태 예방·대응 체계 구축, 산불방지 등에서 목표실적을 달성한 결과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산불 및 산사태 예방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을 계획이다. 산불대책본부는 산사태대책상황실로 전환했다. 장마와 태풍, 집중호우 등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여름에도 할 일이 많다.

산불과 산사태의 피해가 커도 산은 죄가 없다. 기후변화도 따지고 보면 인재다. 결국 산불 확산의 필요충분조건 제공자는 사람인 셈이다. 기후변화와 재난을 막고 예방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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