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조각 머물 집’ 찾던 조카의 꿈…‘권진규 상설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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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 조각의 최고 거장이었던 권진규(1922~1973)의 조카 허경회씨는 간절한 소망을 꺼냈다.
2년 전인 2021년 7월, 그가 대표로 있는 권진규 기념사업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고인의 작품 141점을 기증하는 협약을 맺을 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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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허경회씨 등 유족 권진규 141개 작품 기증
“조건이 딱 한가지 있습니다. 남서울미술관 1층에 삼촌 조각품이 살 집을 주십시오. 오직 남서울미술관에만…”
한국 근현대 조각의 최고 거장이었던 권진규(1922~1973)의 조카 허경회씨는 간절한 소망을 꺼냈다. 2년 전인 2021년 7월, 그가 대표로 있는 권진규 기념사업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 고인의 작품 141점을 기증하는 협약을 맺을 즈음이었다. 백지숙 당시 관장과의 사전 협의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2년 전 삼촌 조각의 안식처로 눈에 넣어뒀던 서울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옛 벨기에 영사관)에 상설 전시관을 차려달라는 것을 유일한 기증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백 관장은 두말하지 않고 수락했다. 고인의 동생이자 허씨의 어머니인 권경숙 여사 등과 진작부터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이를 약속한 기업에 작품을 일괄 양도했다가 갈등이 빚어져 소송 끝에 작품을 되찾는 등 마음고생을 했던터라 백 관장의 약속은 큰 위안과 힘이 됐다. 허씨는 회고했다.
“제대로 된 전셋집을 구하고 싶었어요. 2019년 북서울미술관에서 삼촌 작품이 포함된 한국근대명작전시회를 할 때 개막식에서 만난 학예사가 남서울미술관이 좋다고 가보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둘러 봤는데 천장이 높고 마루가 나무바닥이고 고전적인 건축양식의 외양까지 어우러져서 삼촌의 작품이 오래 살집으로는 여기만한 데가 없겠다고 확신하게 됐지요. 원래 구한말인 1905년 서울 회현동에 벨기에 공사관으로 지어졌다가 도심 재개발에 밀려 80년대초 강남 외곽으로 옮겨가야 했던 건물의 내력도 삼촌의 삶이나 작업과 잇닿는 느낌이 있었고요. 2020년 저희 기념사업회가 소송 끝에 고인의 작품을 인수하기 직전부터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증과 전시 절차에 대해 조언해준 백지숙 관장과의 신뢰 관계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일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1층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문을 연 권진규 상설전시장은 ‘권진규의 영원한 집’이란 제목이 붙었다. 권진규가 작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영원성’과 ‘영원히 계속되는 전시’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전시는 크게 일본 도쿄 무사시노(武藏野) 미술학교 시기(1949∼1956)와 서울 아틀리에(1959∼1973) 시기로 작가의 시대를 나누고 ‘새로운 조각‘, ‘오기노 도모’, ‘동등한 인체’, ‘내면’, ‘영감(레퍼런스)’, ‘인연’, ‘귀의’ 등 7개 소주제로 구획해 유족 기증작과 미술관 구입 작품 26점과 자료 88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들 대부분은 지난해 권진규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노실의 천사’전에 출품됐던 작품들이다. 특히 자소상 1점과 불상 2점, 권진규의 아내였던 오기노 도모의 두상 등 4점이 새로운 작품으로 소개돼 눈길을 끈다. 작가의 드로잉북 영인본과 각종 자료 사진, 권경숙 여사가 말하는 ‘나의 오빠, 권진규’ 영상도 감상할 수 있어 훨씬 친숙하게 권진규의 조각 인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듯하다.
매주 목요일 유족이 진행하는 특별 도슨트 프로그램이 기다린다. 매달 첫째 주와 셋째 주 목요일에는 권진규의 조카인 허명회 고려대 명예교수가 도슨트를, 둘째 주와 넷째 주에는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가 도슨트와 특강을 하게 된다.
24일엔 명필름에서 만들어 올 하반기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권진규 이야기>의 민환기 감독이 강연할 예정이다. 미술관 쪽은 “정기적으로 상설전 작품과 자료를 일부 또는 전면 교체해 전시하면서 거장 권진규의 영혼이 계속 살아 숨 쉬는 집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밝혔다. 무료.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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