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풀어 헤치고 맨발로 무대 오른 이순재…연극 '리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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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머리를 풀어 헤치고 왕관 대신 화관을 쓰고 미치광이처럼 광야를 떠도는 늙은 왕 리어.
가장 높은 권좌에서 부리던 위세는 온데간데없이 얇은 흰옷 하나만 걸친 채 맨발로 종종거리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리어왕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인다.
배우 이순재(88)가 연극 '리어왕'으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인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압축하거나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무대로 옮기는 데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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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백발의 머리를 풀어 헤치고 왕관 대신 화관을 쓰고 미치광이처럼 광야를 떠도는 늙은 왕 리어.
가장 높은 권좌에서 부리던 위세는 온데간데없이 얇은 흰옷 하나만 걸친 채 맨발로 종종거리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리어왕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인다. 모든 것을 잃은 리어왕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길 거부한 듯 공허한 눈빛으로 객석을 응시한다.
배우 이순재(88)가 연극 '리어왕'으로 2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2021년 초연 때와 마찬가지로 단독 캐스팅으로 리어왕을 맡았다. 공연은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프리뷰 기간인 지난 2일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올해로 68년 차인 연기 인생의 내공을 쏟아냈다.
왕좌에 앉아 세 딸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을 증명해 보이라며 한껏 위용을 부리던 모습부터 첫째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에게 배신당하고 분노와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 기력을 다한 노인처럼 비참하고 처량한 신세로 전락해버린 모습까지 굴곡진 리어왕의 말년을 온몸으로 소화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어봤기에 나올 수 있는 연기였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숭고하고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절대 권력자에서 한순간 모든 것을 잃고 끔찍한 파국을 맞는 리어왕에게서는 인간의 탐욕, 어리석음, 비참함, 허무함 등을 모두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순재는 특유의 허스키하고 쩌렁쩌렁한 발성으로 극의 흐름을 휘어잡았다. 발음이 뭉개진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대사를 깜빡하고 잊으면 어쩌느냐며 걱정했는데, 그런 우려도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이순재는 200분에 달하는 작품의 방대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인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압축하거나 각색하지 않고 그대로 무대로 옮기는 데 무게를 뒀다. 그만큼 독백, 방백 등 배우 홀로 감당해야 할 대사가 많다. 400년 전 쓰인 원작의 글을 요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에 공을 들인 점도 눈에 띄었다.
원작을 그대로 살리면서 리어왕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의 면면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서자라는 자격지심에 빠져 아버지와 형을 배반하는 에드먼드, 아들에게 배신당하고 두 눈이 뽑힌 글로스터 백작, 욕정에 눈이 멀어 동생을 독약으로 죽이는 고너릴 등은 인생의 비극을 부각한다.
다만 기원전 8세기 고대 브리튼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사 톤이 제각각이다 보니 합이 안 맞는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공연은 이달 18일까지.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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