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반가 "내가 히말라야 14좌 첫 여성" 파문

오영훈 2023. 6. 7.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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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홍주안 “ 8000ers.com 선정 ‘진짜 정상’ 모두 올랐다”
노르웨이 크리스틴 하릴라는 두 번째 여성 완등자로
히말라야 14좌를 여성 최초로 완등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동홍주안(오른쪽). 사진 4sport.ua.

중국 여성 등반가 동홍주안(42)이 지난 4월 26일 중국에 있는 시샤팡마(8,027m) 정상에 오르며 국제산악기록단체 8000ers.com을 기준으로 한 14좌 정상을 완등했다. 그간 니베스 메로이(이탈리아),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 게를린데 칼텐브룬너(오스트리아), 오은선(대한민국) 등의 여성이 14좌 완등을 주장했으나, 8000ers.com은 이들 모두 1~3개 봉우리에서 진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8000ers.com의 '진짜 정상' 주장은 현재 진행 중인 논란이다. 이들은 14좌 각 정상 능선부에서 가장 높은 정점을 찾아냈고, 이를 토대로 14좌를 등정한 등반가들의 기록을 검토한 결과 상당수가 정점에 거의 근접했지만 높이가 거의 같은 다른 봉우리를 정상으로 착각해 등정했다고 여기고 내려온 경우가 많다고 보고 있다.

유사한 기록기관인 히말라얀데이터베이스는 여전히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를 히말라야 14좌 최초 완등자로 기록하고 있다. 8000ers.com은 메스너도 14좌 중 하나인 안나푸르나의 정점을 밟지 못했다고 보고 에드 비에스터(미국)를 최초 14좌 완등자로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동홍주안의 성취에 관해서도 전적인 환호를 보내는 언론은 중국 언론을 제외하고는 없다.

동홍주안은 2012년 마나슬루를 시도했고, 2013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며 꾸준히 14좌를 시도해 왔다. 특이한 점은 외부 협찬 없이 모두 자비로 등반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 중 마나슬루, 브로드피크,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 시샤팡마는 8000ers.com이 지목한 정상을 밟지 못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각각 재등했다. 8000ers.com에서 동홍주안이 다울라기리에서 정상에 서지 못했다고 2021년 발표했을 때 그는 "사흘을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원정대를 조직해 다울라기리 정상에 섰다.

동홍주안은 5,000m급 산을 오른 뒤 순전한 호기심으로 점점 고도를 높여가며 등반해 나갔다고 한다. 2012년 마나슬루에서는 등반 선배인 양춘펭이 "한 나라가 진정 위대한지는 그 나라 여성의 힘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당신에게 걸어볼 만한 것 같다"고 말한 게 큰 자극이 되었다고 한다. 평소 과묵한 성격의 동홍주안은 각 봉우리 등정 뒤 언론에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 14좌를 마친 뒤에 "이 모든 영광을 내 나라로 돌립니다. 중국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해 중국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14좌를 여성 두 번째로 완등한 노르웨이의 크리스틴 하릴라. 사진 8K익스피디션.

지난 3년 동안 코로나로 중국 내 히말라야 등반은 불가능했으나 올해 단 두 팀에게만 등반이 허가됐다. 동홍주안 외에 14좌 완등을 목표로 하는 크리스틴 하릴라(노르웨이), 소피 라보, 비리디아나 알바레스(멕시코) 등이다. 이 중 하릴라와 라보는 시샤팡마 등정으로 13좌를 오른 게 됐다. 라보는 파키스탄의 낭가파르바트만을 남겨두었다. 라보는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3개 국적을 갖고 있어서 14좌를 완등할 경우 3개 국가를 모두 대표하게 된다.

시샤팡마 등정 뒤 바로 초오유로 이동한 하릴라는 5월 3일 정상에 서서 14좌를 완등했다. 동홍주안에 이은 여성 2번째며, 이 역시 8000ers.com 기준이다.

한편 하릴라의 등반에는 두 가지 논란이 뒤따랐다. 하나는 그동안 12좌까지 함께했던 두 명의 가이드, 다와 옹추 셰르파, 파스다와 셰르파가 이번 중국 등반에는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우리들에게 중국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았다"면서 "하릴라가 의도적으로 14좌 완등의 영광을 우리들과 함께하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니냐"고 SNS를 통해 비판했다. 하릴라는 "그렇지 않다"며 "이미 예전에 대행사를 바꾸었다"고 반박했다.

또 하나는 '최단 시간 14좌 완등 기록' 갱신 여부다. 하릴라는 히말라야 14좌를 올해 6개월 이내에 모두 오른다는 기록갱신을 목표로 등반 중이다. 그래서 시샤팡마와 초오유를 오른 뒤 즉각 네팔 마칼루로 이동해 5월 13일에 또 정상에 선 상태다.

다만 6개월 안에 모두 오른다고 해도 하릴라의 기록이 국제 산악계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14좌 완등에 소요되는 시일 계산은 첫 등정부터 14번째 봉우리 등정까지로 본다. 하릴라는 2021년에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올랐고, 2022년에 이 둘을 포함해 12개를 올랐으며, 2023년에 시샤팡마, 초오유를 올랐으니 소요 시간은 만 2년 정도다. 특정 연도만 측정해 기록으로 삼았던 전례는 없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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