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성생활한다면 HPV 위험…남녀 모두 '예방접종' 필요

강승지 기자 2023. 6. 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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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접종 비용 효과성 낮아" 연구결과 나와 尹정부 국정추진 제동
"두경부암 발병 증가"…미래를 보고 성교육, 접종대상 늘려 나가야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보험이사인 이세영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왼쪽)와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남성 HPV 백신접종위원회 간사인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HPV(Human Papillomarvirus·인간유두종바이러스)를 예방할 연령대, 많이 감염되는 연령대, HPV로 인한 암이 발생할 연령대는 각각 달라요. 20대 때 HPV를 가지고 20년 뒤인 40대 때 암이 생기죠. 20대의 감염과 장기적인 암 예방을 위해 10대 때 남·여아 모두에게 HPV 백신접종이 필요한 겁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보험이사인 이세영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남성 HPV 백신접종위원회 간사인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남성도 HPV 백신접종을 맞아야 하느냐"를 묻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주로 만 12세 이후 여성이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HPV 백신을 접종해 왔다. 그러나 HPV는 성매개 질환으로 남녀 모두에게 감염·전파될 수 있다. 성행위 관련 부위인 여성의 자궁 경부, 질이나 남성의 음경, 항문은 물론 구강성교를 한다면 입에 암이 생긴다.

HPV 감염은 세계적으로 연간 60만례 이상의 암을 유발하는데, 이는 전체 암의 약 5.2%에 해당한다. 특히 구강암·후두암·편도암·구인두암을 아우를 '두경부암' 발병률이 오르고 있다. 입안과 목구멍에 생기는 두경부암의 주된 원인은 흡연과 바이러스다. 선별검사도 불가능해 HPV 백신접종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 News1 DB

HPV는 감염돼도 자연 소멸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피부에 상처가 생겨 기저막에 감염될 경우 얘기는 다르다. 기저세포는 탈락하지 않고 계속 감염돼 암 발병에 이를 수 있다. 이세영 교수는 "두경부암의 30%는 HPV로 인해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가 암 등록 통계를 보면 두경부암은 2002년 3316건이지만 2019년 5613건으로, 17년 전과 비교해 1.5배 늘었다. 흡연이 원인인 후두암 환자는 발병률에 큰 차이가 없던 것(2002년 1119건, 2019년 1222건)과 대조적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13년 미국에서는 HPV에 의한 두경부암 발생 건수가 (HPV에 의한) 자궁경부암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간염 바이러스를 예방해야 간암을 예방할 수 있듯,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HPV 예방이 급선무라는 게 이 교수 설명이다.

HPV는 성생활을 아예 하지 않으면 예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백신접종이 최선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수연 교수는 "(이 사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GDP(국민총생산) 기준 우리보다 상위국은 아이슬란드를 제외하고, 전부 남·여아에게 접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보험이사인 이세영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 교수도 "여성만 접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영유아기에 맞는 국가예방접종(NIP)의 접종률도 정체기가 있다. (여아에서) 80~90%의 HPV 백신 접종률을 보이더라도 추후 정체기가 생길 수 있어 남·여아 함께 맞는 게 집단면역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66개국이 HPV 백신을 남·여아에게 무료로 맞히고 있다. 한국은 지원 대상을 만 12~17세 여아와 만 26세 미만 저소득층 여성에 한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만 12세 이상 남아로 지원 대상을 늘리는 계획을 국정과제로 마련한 바 있는데 뜻밖의 암초를 만난 상태다.

지난 3월 공개된 '비용 효과성 연구' 결과, 한마디로 "남아에게 백신을 놔주기에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가 나와서다. 이 결과를 두고 여성 질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남성 대상 편익이 과소평가됐으리란 한계가 지적돼 질병관리청은 보완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HPV 백신이 처음 나온 게 2006년이다. 이 연구는 2010년의 연구 사례를 근거로 활용했다. 당시에는 남성의 접종이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막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2013년 미국에서 HPV로 인한 두경부암이 (HPV로 인한) 자궁경부암을 추월했다"며 이번 국내 연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남성 HPV 백신접종위원회 간사인 김수연 서울대학교 보건환경연구소 연구교수

김 교수는 HPV로 인한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백신접종 확대뿐만 아니라 성매개 감염인만큼 성교육도 구체화돼야 한다는 점을 진단했다. 김 교수는 "성 가치관이 형성될 시기의 청소년은 물론 성인에게도 필요하다. 접종 당사자와 부모의 의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남성의 HPV 백신접종을 GNV(Gender Neutral Vaccine·성 중립 백신)라고 한다. 남녀 모두 접종 권리, HPV 관련 질환 및 암을 예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캐나다에서도 경제성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도 남녀 모두에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도 "HPV 관련 암은 50대 이상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성생활이 활발한 20대에 HPV에 감염됐다가 20~30년 뒤에 암으로 발전한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도 60대에 구강암을 진단받았는데 당시 미국 언론보도 제목이 "와이프가 내게 암을 옮겼다고?"여서 인상 깊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50년, HPV 관련 질환을 없애려면 100년의 기간을 생각해야 한다. 유럽에서도 100년 뒤를 예측한 연구가 있다. HPV 백신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며 그 효과도 분명하다. 미래를 보고 대비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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