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앙숙이라지만 또…가상화폐 줄줄이 폭락시킨 ‘이 사건’

이상덕 특파원(asiris27@mk.co.kr) 2023. 6. 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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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불법 거래 플랫폼 등 혐의”
중국계 자오창펑 CEO도 포함
정조준 배경에 ‘미중 갈등’ 한몫
주요 가상화폐 가격 줄줄이 폭락
[사진 =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부터 고소당했다. 중국계인 바이낸스가 미국에서 불법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고객 자금을 남용했다는 의혹이다.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바이낸스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SEC는 “바이낸스는 물론 바이낸스 창업자 겸 CEO이자 최대 주주인 자오창펑이 고객 돈을 남용했다”면서 “심지어 자오가 경영권을 가진 시그마체인 등에 불법적으로 돈을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SEC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산을 자오가 관리하는 시그마체인과 메릿피크라는 업체에 불법 이체했다.

시그마체인과 메릿피크는 바이낸스 미국법인의 코인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하는 업체다. 예를 들어 바이낸스 미국법인을 통해 누군가가 가상 화폐를 사고팔고자 한다면 상대방이 필요하다. 시그마체인과 메릿피크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바이낸스 거래소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거래마다 자산을 사고팔아 수익을 창출한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시장 조성자들이 거래소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지는 함구해 왔다. SEC는 바이낸스가 이 두 기업에 대한 존재를 바이낸스 미국법인 고객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EC는 그동안 2019년 설립된 바이낸스의 미국법인과 시그마체인, 메릿피크간 관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2020년 후반에는 SEC와 법무부가 바이낸스 미국법인에 소환장을 발송하기도 했다. 특히 FTX를 비롯해 가상화폐 업체들이 줄줄이 붕괴하면서 당국의 조사는 한층 강화됐다.

SEC는 “바이낸스가 연방증권법은 물론 이 법이 금지하는 투자자·시장 보호 조항들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지타운대의 제임스 엔젤 경영대학원 교수는 “CEO가 관리하고 소유한 두 계열사가 이득을 받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EC는 이날 법원에 바이낸스 자산 동결을 함께 요청했다. 개리 젠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자오창펑과 바이낸스가 광범위한 속임수, 이해관계 상충, 정보공개 결여 등으로 얽혀 있다”면서 “법을 회피하려 치밀하게 계산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낸스의 숨통을 옥죄는 것은 SEC뿐 아니다. 미국 연방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역시 올 3월 바이낸스와 자오창펑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갔다. 또 법무부 역시 바이낸스가 돈세탁에 연관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인 상황이다.

세계 1위 업체인 바이낸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로 시장은 출렁였다. 미국 동부 시각 6일 새벽 1시 현재 바이낸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인 BNB는 전일 같은 시각 대비 7.6% 하락한 277.77달러를 기록했다. 또 가상화폐 업계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은 2만5787달러로 3.84%, 이더리움은 1816달러로 2.88% 각각 하락했다.

미국 정부의 바이낸스를 향한 대대적인 조사를 두고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한몫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달 “바이낸스가 2017년 말 중국과 관계를 끊었다는 경영진의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중국과의 실질적인 연결 고리를 숨겼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019년 베이징에 사무실을 열었다. 이에 대해 연방상품선물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경쟁에 놓여있다”면서 “정부가 새로운 금융 수단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한 연방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중국과 연결된 모든 거래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낸스는 미국 법인이 독립 법인이며 중국 정부가 합법적인 번 집행을 요청하지 않는 한 바이낸스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바이낸스는 2019년까지 중국 상하이에 데이터 분석가 등 관련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바이낸스는 중국 직원을 상대로 위치를 숨길 수 있는 가설사설망(VPN)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다. 바이낸스 한 직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전 세계 직원들이 상하이 사무소에도 자주 왔다”면서 “해당 팀만을 제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자오창펑은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바이낸스를 2017년 설립한 이후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육성했다. 작년 기준으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총 395개에 달한다. 이에 자오창펑이 소유한 자산은 약 960억달러(125조원)로 세계 11위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오창펑이 보유한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는 포함하지 않고 오직 바이낸스 가치만 반영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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