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첫 소집부터 브라질에서의 10일까지,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은 김은중 감독의 '디테일 리더십'

박찬준 입력 2023. 6.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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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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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시작은 지난해 1월17일이었다.

2021년 12월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은중 감독은 경주에서 무려 50명의 선수들을 처음으로 불러 모으며, 여정의 첫 발을 뗐다. 월드컵행을 결정지을 U-20 아시안컵은 2023년 3월, 대망의 본선은 6월이었다.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반도 되지 않았다. 선임이 늦어지며, 일찌감치 준비한 타팀들과 격차는 제법 컸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바라보는 김 감독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김 감독은 하루도 허투로 쓰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올림픽대표팀 코치를 거치며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했다. 대한축구협회와의 협조를 통해 잦은 소집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김 감독은 월드컵 전까지 무려 14번의 소집을 했다. 한달에 한번꼴로 선수들을 모은 셈이었다. 당연히 최정예를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흙 속의 진주라도 찾자는 심정으로 대학생들만을 소집할때도 있었다.

기회가 되면 해외로 떠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경험을 쌓게 해주자며 대한축구협회를 졸랐다. 김은중호는 베트남, 포르투갈, 스페인 등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훈련은 물론, 연습경기를 하며 경험을 쌓았다. 성과는 분명했다. 김 감독은 "촌놈들이 처음에는 헤매더니, 나갔다 올때마다 성장한게 느껴진다. 큰 대회를 앞두고 해외 경험은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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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선수 풀을 확실히 다졌다. 진가는 이번 엔트리를 통해 나타났다. U-20 아시안컵에서 4강에 들며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본선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한 김 감독은 선택은 변화였다. 물론 부상으로 성진영(고려대) 이현주(바이에른 뮌헨) 등 핵심 자원을 뽑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전격적으로 6명의 새 멤버을 포함시켰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기간이 3달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많은 소집을 통해 선수 풀을 늘려놓았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모험수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본선 엔트리가 21명인 것을 감안, 피지컬과 멀티플레이 능력에 집중했다. 자신의 풀 속에서 최상의 자원을 선발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아르헨티나로 개최지가 바뀌는 변수 속에서, 흔들림은 없었다. 꼼꼼한 김 감독은 시차, 기후 등의 변수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승부수는 10일간의 '브라질 미니 전지훈련'이었다. 당초 부에노스 아이레스 쪽을 알아봤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상파울루로 노선을 바꿨다. 특급 조력자도 있었다. 김학범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다. 남미통인 김학범 감독은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김은중 감독을 위해 브라질 전훈지를 알아봐주고, 세팅까지 해줬다. 김 감독은 "음식부터 훈련 환경까지 모든 면이 완벽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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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전훈은 단순히 적응만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체력과 전술을 완성했다.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 외에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없었던만큼, 선수들의 경기 체력은 바닥이었다. 김 감독은 이를 끌어올리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두 차례 연습경기도 진행했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도 브라질에서 완성됐다. 당초 프랑스전 해법이었지만, 선수들의 몸상태를 감안해 이번 대회 김은중호의 '콘셉트'로 삼았다. 무리하게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진을 치는게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번 대회 최고의 무기인 세트피스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 준비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김은중호는 아무도 예상 못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김은중호는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1대0으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스타 한명 없는 '골짜기 세대'가 만든 '반란'이었다. 준비한 전략은 완벽히 통했고, 세트피스는 요소요소마다 위력을 발휘했다. 세트피스로 4골이나 넣었다. 김 감독은 대회 내내 특유의 디테일하면서도 냉정한 리더십을 유지했다. 선수들의 경기 체력이 바닥인점을 감안해, 선수 교체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경기 전부터 선수들의 몸상태를 집중 체크하고, 몇분대에 교체를 할 것인지, 상황 등을 감안해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경기에 임했다. 실제 김은중호는 이번 대회에서 전 필드 플레이어를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

김 감독의 섬세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선수단,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는 똘똘 뭉쳐 대업을 이뤄냈다. 1년5개월간의 준비는 김은중호를 배신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4강 진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제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신기원을 위해 묵묵히 다시 한번 준비에 나선다. 김은중호는 9일 오전 6시 이탈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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