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총선 지면 ‘퇴행’ 가속…반사이익 없는 민주당 뼈아파”

한겨레 2023. 6. 7.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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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손원제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
‘비명’ 원내사령탑, 지도부에 ‘다른 목소리’ 기대
지지층 더해 더 많은 국민 모셔와야 총선 승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텨부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바로 질문 드린다. 오늘 이래경 혁신위원장 인선이 있었는데….

“할 얘기 없다. 지금 상황이.”

—사전 논의는 있었나?

“….”(고개를 저으며)

—그럼 아침에 최고위원회의에서 들었나?

“그렇다.”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

—그래도 간단하게 코멘트를 한다면?

“….”

—그렇다면 혁신위에 대한 기대나 주문이라도.

“음. 마지막에.”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났다. 이날 오전 임명된 이래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인선에 관해 첫 질문을 던졌지만, 한참이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누구나 혁신을 말하지만, 어떤 혁신이냐에선 서로 다른 민주당의 현실이 투영돼 있다. 이 인터뷰 몇 시간 뒤 이래경 혁신위원장은 자진 사퇴했다. 민주당은 혁신기구 수장부터 원점에서 다시 인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일은 민주당이 처한 위기의 깊이와 복합성을 말해준다. 일부 구성원의 도덕성 의혹을 넘어 리더십에 대한 의문 또한 짙어져가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풀어가야 할 과제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짐작하게 한다. 그는 지난 4월28일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이른바 ‘비명’(비이재명) 주자인 그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당선됐다. 잇단 도덕성 의혹이 촉발한 당의 위기를 넘어서려면 당 지도부에 약간은 결이 다른 목소리와 색채를 가미할 필요가 있다는 의원 다수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사를 통해 “국민의 삶을 무한책임지겠다는 노무현의 유산”을 소환했다. 또 “엄격한 잣대로 자기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에선 그날의 다짐을 어떻게 구체화해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문답이 집중적으로 오갔다.

—지난 2일 첫 원내대표단 워크숍을 했다. 어떤 논의를 했나?

“제가 원내대표가 되기 전 전당대회 (돈봉투) 얘기가 터져나오면서 당이 굉장히 어려운 국면이었다. 이제는 수세 국면에서 좀 벗어나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 좀 해보자는 얘기를 했다. 국회가 국민들 삶의 문제에 정말 책임있게 집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국가적 과제들이 떠올랐다.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방류 문제나 경기 침체 문제, 복지 민영화, 응급실, 교제 폭력,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일들이 한꺼번에 막 터져나오고 있다. 담당 의원제를 둔다든지 여러 해법을 찾아내자, 그런 얘기가 많았다.”

—6월 국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후쿠시마 오염수는 생명과 건강에 직접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국민들의 두려움이 크다. 일단 대정부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서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집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거다. 또 여당과 협의해서 특위를 구성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할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노동·언론 탄압도 심각하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로 되돌아가는 듯하다. 입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대처하겠다. 에너지 값이 굉장히 올라서 올여름 냉방비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취약 계층을 위한 추경이 필요하다. 교제폭력을 가정폭력에 포함시켜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안은 제가 발의도 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은 어떻게 할 건가?

“방송법은 지난 정부 때 우리가 처리를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 못했다 하더라도 지금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 정부가 노골적으로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지 않나. 다만 시기는 좀더 유연하게 유관 단체들과 협의를 해나가면서 살펴보려고 한다.”

—꼭 6월에 한다 못 박지는 않는 건가?

“당초엔 그러려고 했는데 언론단체 등에서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해서 시기는 조금 융통성 있게 보려 한다.”

—방통위원장 면직과 측근 임명 등 방송 장악 시도가 예상된다.

“당 안에 언론자유특위가 있다. 원내에도 언론탄압대책티에프(TF)를 만들어 같이 논의할 거다. 그 문제에서 후퇴한다는 느낌을 국민들께 줄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지금 여야 간에 대화를 하고 있고, 국회의장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법이니까 여야 간 좀 더 접점을 찾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는 이 법을 합법적 노조 활동 보장법이라고 본다. 최대한 빠른 처리를 희망하는데, 국회의장 바람처럼 여야 합의를 통해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권은 또 거부권을 거론하고 있다.

“국회에서 다수결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대통령이 집권당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회에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다. 국민들이 이걸 잘한다 할 건 아니지 않나? 우린 최대한 대화하되, 국회법 절차에 따라 준비는 준비대로 할 것이다. 다만 지난 5월 말에 본회의로 직회부했는데, 숙려 기간이 30일이다. 6월 처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거부권 대치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정치가 실종됐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이런 중요 법안들을 핑퐁하듯이 폐기시키고 사장시켜서야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 여야 대표도 만나고 대통령께서 야당 대표도 만나서 설득하고. 윤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 간 대화하면 그 자리에 와서 같이 대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우선 야당 대표와 대화를 지금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 일단 큰 고리를 풀면 그 다음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간 실무 대화를 통해서 얼마든지 조정할 부분 조정할 수 있다.”

—여권이 야간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강경 진압도 불거지고 있다.

“야간 집회가 일부 주민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헌법 정신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집회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법이 고쳐질 수가 없다. 곤봉으로 노동자를 가격해서 피를 흘리게 하고 노조 위원장의 목을 짓누르고 수갑을 채우는 모습이 다시 국민들을 섬뜩하게 하고 있다. 경찰 수뇌부에겐 권력에 휘둘려서 아무렇게나 행동하다간 나중에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건지 묻고 싶다.”

—경찰의 반헌법적 행태가 되풀이 된다면 경찰청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 얘기들이 자연스럽게 분출이 되면 하나의 흐름이 될 것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탄핵에 대해 금기시할 건 아니라고 본다. 인사청문회와 탄핵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방법이다. 법이 보장하는 방법은 다 열어놓고 검토를 해야 한다. 얼마 전엔 경찰청장이 현장 경찰관들에게 ‘집회 관리 잘하면 특진시키겠다’고까지 했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과잉 진압을 할 경우 그 책임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사에서 “높은 도덕성은 민주당의 정체성” 이런 말로 엄격한 잣대에 따른 자기 개혁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도덕성이었다. 또 흠이 드러났을 때 진솔하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국민들이 민주당을 평가한 중요한 이유의 하나라고 본다. 국민들은 어떤 사안 자체의 심각성 뿐 아니라, 그 사안을 어떻게 대처하는지 태도와 자세도 굉장히 유의해서 살핀다. 노무현 대통령도 평생을 당당하게 사신 분인데 마지막에 정말로 무서운 결단을 하시지 않았나. 그만큼 도덕성에 가치를 높이 두고 계셨던 것이다. 코인 사태뿐만이 아니고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도 그게 과거에 무슨 관행이었다 이런 얘기는 적절하지 않다. 국민들께서 잘못이라고 하면 그게 맞는 것이다.”

—김남국 의원 사태에 대해 민주당의 대응이 늦고 미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코인 거래가 위법·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는 법률적 시각과 청렴 의무, 품위 유지 의무를 지닌 의원이 위원회 회의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것은 의무 위반이라는 정무적 시각이 혼재되면서 대응이 늦어졌다. 반성하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잠시 당을 떠난다”고 했다. 다시 돌아올 수도 있나?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는데,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겠나?”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체포동의안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

“오는 12일 본회의다. 의원들 자율 투표에 맡겨야지. 의원들이 여러 고민을 할 텐데, 마찬가지로 국민 눈높이가 있으니까.”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바닥권인데 민주당은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6월2일 발표) 갤럽 조사를 보면 다음 총선에서 ‘정권 견제’가 49%, ‘정권 지지’가 37%인 데 정당 지지율은 오히려 우리 당이 국민의힘보다 낮게 나왔다. 지금 정권을 지지 못하겠다 하는 국민이 다수인데도 그 대안으로 민주당을 당장 떠올리지는 않는다는 거다. 굉장히 아픈 부분이다. 더 유능하고 더 도덕적이고 더 당당한 모습을 민주당에게 요구하고 있다.”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위한 구상은?

“총선에서 이겨야 지금 이 정권의 민주주의 퇴행, 민생 외면, 균형외교 붕괴, 복지 민영화 등을 멈출 수 있다. 이기지 못하면 후퇴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이기려면, 첫째는 당이 깨져서는 안 된다. 둘째는 당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러자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 다음엔 유능한 정당, 좀 더 나가 매력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매력있는 정당까지 가려면 국민 한 분 한 분이 민주당이 내 삶의 문제에 정말 관심이 있구나, 해답을 내려고 노력하는구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20대 여성은 교제 폭력과 안전 문제 등에, 30대는 자산 증식, 주거 안정에 대해, 40대는 자녀 교육과 돌봄 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답을 줘야 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비호감도를 낮추려면, 극단적 지지층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탈피할 필요도 있지 않나?

“지지층은 정당의 존립 기반이다. 그런데 정당이 성공하려면 지지층에 더해서 더 많은 국민을 우리 쪽으로 모셔와야 된다. 그러자면, 폭력성을 띤다거나 남을 혐오한다거나 이런 것들은 당연히 분리하고 배격해야 한다.”

—상식적인 판단인데 왜 잘 안될까?

“지지층 가운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계시고,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다. 지금은 누가 공격을 받으면 그 특정 지지층이 반격을 하는 양태인데, 주장은 해도 폭력을 써선 안 된다.”

—‘폭력’의 기준은 뭐라고 보나? 문자 폭탄도 폭력인가?

“좌표를 찍고 집단적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도 각 개인에게는 굉장히 심리적 위축감을 가져오니, 약간의 폭력성이 있다. 자제의 영역이다.”

—원내대표 후보 때 인터뷰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표 발언에 대해 ‘거취 문제까지 포함된 것으로 이해한다’는 답을 했다.

“거취 부분은 기자가 해석을 한 것이고, 저는 거취라는 언급 없이 ‘이 대표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어쨌든 이 대표의 그 의총 발언 뒤로 당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고 ‘김종인 비대위’로 가면서 민주당이 반전 계기를 잡은 경험이 있다. 당시 문 대표 비서실장이었다. 또 그런 선택지가 반복될 수 있을까?

“그때는 사실 당 내에 분당 에너지가 어느 정도 형성이 돼 있었고, 실제 2016년 1월에 일부 의원들이 나가서 신당을 만들지 않았나? 그러면서 당내 위기의식이 고조됐고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한 것이다. 지금은 분당 에너지가 형성돼 있는 건 아니다. 그때와 비견해 얘기하긴 섣부르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해체를 핵심 혁신 과제로 제시하는 이들도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문제가 대의원제 때문이다, 또 대의원이 권리당원보다 수십배 과잉 대표성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사실 전당대회라는 건 전국대의원대회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 정당 정치에서 당원들이 매번 전부 모여서 중요한 결정을 한다면, 그건 좀 비약하자면 대한민국이 국민투표로 매번 중요한 결정을 하니 국회는 의미가 없다는 것과 같다. 모든 정당 결정에서 당원과 대의원이 다 한표여야 한다는 건 맞는 얘기 같지만 대의 민주주의 원리에서 보면 허점이 있다. 또 하나 우리 당 대의원제는 전국 정당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제도다. 당원들로만 결정하게 해 놓으면 민주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권리당원 수가 적은 영남의 참여 지분은 확 줄어든다. 그래서 대의원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건 논의할 수 있지만 폐지해야 한다는 건 과도하다고 본다. 지금 당력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 썩 적절한 의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끝으로 혁신위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뭘 혁신할 것인가는 혁신위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혁신위가 당과 완전히 분리돼 있는 체계는 아니다. 결국 당이 수용 가능한 혁신안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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