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인류멸종? 1초도 믿은 적 없다"…'딥러닝 아버지' 반기 [AI 패권전쟁]

김인경, 심서현 2023. 6. 7.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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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멸종 위험을 낮추는 것을 글로벌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인류 멸종 위험까지 언급한 이 경고장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등 전 세계 AI⋅정책 분야 35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비영리단체 AI 안전센터(CAIS)가 발표한 공동성명서에서다.

그러나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이런 우려를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받아친다. 지난달 19일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AI는 인류에게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메타(페이스북 운영사)의 AI 연구총괄도 맡고 있는 그는 오픈AI·구글·MS 등의 대척점에서 오픈소스 기반 AI 모델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Q :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 : 소비자가 쓸 제품엔 규제가 필요하지만, 기술 자체를 규제해선 안 된다. AI 연구 개발은 우리가 AI를 이해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더 해야 한다. 이를 지연시키는 건 상황을 나쁘게 만들 뿐이다.

Q : 인간을 능가하는 AI의 등장은 두려운 일 아닌가.
A : 초지능(super intelligence) 시스템이 개발되면 인류가 멸망하고 전 세계를 파괴할 거란 주장은 단 1초도 믿어본 적 없다. 항공기는 수십년간 시도하고 수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되풀이한 끝에, 안전한 운송수단이 됐다. AI 기술도 이런 반복 과정이 필요하다.

Q : 굉장히 낙관적인데, 왜 그런가.
A : 모든 이들이 ‘AI 비서’를 거느리고 일하는 미래를 상상해보라. 나보다 똑똑한 직원을 두는 셈이다. 생산성과 창의성이 좋아질 것이다. 더 뛰어난 지능은 세상을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다. 인류의 새로운 르네상스다. 위험이 있다고 해서, AI가 가져올 이점까지 무시하고 싶지 않다.

Q : 기술 공개할 때 경쟁사는 의식 안 하나.
A : (AI는)어느 기업이 앞서는지보다, 현존하지 않는 새로운 기술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제품에 빠르게 적용하는 게 경쟁에서 앞서는 방법이다.

Q : 냉전시대 우주 경쟁처럼, AI가 국가대항전이 될 가능성도 있는데.
A : 기술 공유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지정학적 위험을 말한다. 러시아, 중국, 북한에도 기술이 넘어간다는 것이다. 위험한 건 맞지만, 대안은 있다. 인터넷처럼 모든 국가가 개방하고 자유롭게 쓰도록 하면 된다. (정보접근 플랫폼이 될) AI 시스템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은 소유하기보다 개방하고 공유할 때 더 발전한다.

Q : 위험해도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에는 검색 엔진이나 e메일에 일일이 접속하지 않고 똘똘한 가상 비서와 소통할 거다. 사용자를 속속들이 파악한 이 같은 시스템이 하나 또는 소수의 미국 기업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에, 전 세계가 동의할 수 있겠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르쿤 교수는 챗GPT의 효과가 과장돼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 세상을 배운 언어모델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인공일반지능’(AGI·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기계지능)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

Q : 현재 연구 중인 AI는.
A : AI의 다음 혁명(next revolution)이 뭘까 준비하고 있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계획을 세우고 상식을 갖추고 인간이나 동물처럼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기계를 개발하려 한다.

Q : 언제쯤 구현될까.
A : 답하기 어렵다. 해결할 문제가 아직 많다. 다만, 현재의 AI로는 인간이 원하는 수준의 사고·계획·상식을 갖출 수 없다. 사람들이 생성 AI 언어모델을 똑똑하다고 하는데, 전혀 아니다. 텍스트로 훈련한 언어모델은 물리 세계를 모른다. 열 살 짜리도 할 수 있는, 예컨대 식탁을 치우고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는 일도 AI는 못 한다.

Q : 메타는 이제 AI 연구에 집중하나? 메타버스는 안 하나?
A : 아니다. 둘 다 지난 10년 간 핵심 연구개발이었다. 메타버스와 AI를 결합하는 게 메타의 미래 비전이다.
👉갈라진 딥러닝의 아버지들
튜링상은 미국계산기학회가 주는 컴퓨터 과학계 노벨상이다. 2018년 ‘딥러닝 기술 개척’ 공로로 튜링상을 공동 수상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얀 르쿤 교수 3인방은 최근 AI 발전 방향을 두고 갈라졌다. 힌턴, 벤지오 교수는 AI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르쿤 교수는 낙관에 힘을 싣고 있다.

※ ‘딥러닝 구루’ 얀 르쿤 교수가 말하는 AI의 미래는 The JoongAng Plus 팩플 인터뷰에서 풀 버전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인경ㆍ심서현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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