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포츠 폭발 성장… “한계 넘어 더 멀리 오래 뛴다”

밴쿠버/송혜진 기자 2023. 6. 7. 04: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룰루레몬社 ‘퍼더 프로젝트’ 르포
룰루레몬은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캐나다 밴쿠버 본사에서 아마추어 여성 오래 달리기 선수 10명의 전문 훈련을 돕기 위해 각종 지원을 하겠다는 ‘퍼더(Further·더 멀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선발된 선수 10명 중 맨 뒤 왼쪽 끝에 있는 이가 한국인 강윤영(43)씨다. 강씨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지만 26년 동안 매일 달리기를 한 덕에 울트라 러너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하루 80km까지 뛸 수 있다. /룰루레몬

“자, 뜁시다. 더 멀리, 더 오래!”

지난 23일(현지 시각)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 파크에서 100여 명의 여성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캐나다 스포츠 브랜드 회사 룰루레몬이 전 세계 각국에서 선정해서 데려온 홍보대사(앰배서더) 10명도 앞장서서 달렸다. 이들 10명은 모두 직업이 따로 있는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이자 ‘울트라 러너’다.

룰루레몬은 이날 전 세계에서 선정한 여성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 10명에게 내년 3월까지 캐나다 올림픽팀 전문 코치와 스포츠 의학 전문팀을 붙여주고, 각종 스포츠 의류·장비를 맞춤형으로 제작·지원하는 소위 ‘퍼더(Further·더 멀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수들은 내년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에 6일 동안 계속 뛰는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게 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 스탠리 파크를 다같이 달리는 룰루레몬의 '퍼더' 앰베서더들. 이들은 전세계에서 선정된 오래달리기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각자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고 있지만 마라톤을 취미로 즐긴 덕분에 정식 마라톤 풀코스인 42.195㎞ 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소위 ‘울트라 러닝’에서 남다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룰루레몬은 이들이 내년 여성의 날인 3월8일에 6일 동안의 장거리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 자신의 한계기록을 깰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룰루레몬

룰루레몬 본사 최고 브랜드 책임자(Chief Brand Officer) 니키 뉴버거는 “오래달리기에서만큼은 남녀의 최고 기록 차이가 4~8% 정도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면서 “우리가 여성 선수를 지원해주면 이들이 남성의 기록을 깰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여성 스포츠 시장이 코로나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백형선

◇“여성이 남성 이길 때까지 더 멀리 뛴다”

23일(현지시각) 캐나다 밴쿠버 룰루레몬 본사의 제품 혁신 실험실((Product Innovation Lab))’에서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 스테파니 플리핀(33)씨가 산소포화도 체크 장비를 걸치고 트레드밀(러닝 머신) 위에 올라서서 실험에 참여하는 모습. 캐나다 올림픽·패럴림픽 선수들을 전문 코칭해온 CSIP(Canadian Sports Institute Pacific) 팀은 이 실험을 통해 여성 울트라 러너들이 운동 중 얼마나 에너지를 쓰고, 얼마나 피로를 빨리 회복하는지, 어떤 영양소를 더 소비하면서 뛰는지, 어느 속도로 달려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측정한다. 여성 선수 각자가 자신의 한계를 깨도록 돕기 위한 과정이다. /룰루레몬

이날 오전 밴쿠버 룰루레몬 본사에 있는 ‘제품 혁신 실험실(Product Innovation Lab)’.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는 아마추어 달리기 선수 스테파니 플리핀(33)씨가 산소포화도 체크 장비를 걸치고 트레드밀(러닝 머신) 위에 올라섰다. 그가 5~10분 간격으로 속도를 올려서 뛸 때마다 전문 코칭팀 CSIP는 플리핀의 손가락에서 혈액을 채취했다. 룰루레몬 R&D 부문 부사장 샨탈 머내건(Murnaghan)은 “여성이 운동 중 얼마나 에너지를 쓰는지, 어떤 영양소를 더 소비하면서 뛰는지, 어느 속도로 달려야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 달릴수록 남녀 최고 기록 격차, 4%밖에 안 나

왜 여성을 대상으로만 실험을 할까. 일종의 역(逆)차별은 아닐까. 머내건은 “주요 스포츠 과학 및 의학 저널 중에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 논문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실험과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여성 선수들은 오래달리기를 할 때 사용하는 근육(slow-twitch muscle fibers)이 남성보다 20%가량 더 많고, 여성이 같은 조건에서 남성과 마라톤을 뛸 때 사망하지 않을 확률도 1.5배가량 더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런 가능성을 알아내고 계속 지원해준다면 여성이 스스로의 한계를 결국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룰루레몬이 '퍼더' 프로젝트의 후원자로 선정한 10명의 울트라 러너 중 한 명인 한국인 강윤영(43)씨. 강씨는 여의도 증권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26년 동안 매일 달리기를 해온 덕분에 울트라 마라톤을 뛸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엔 하루에 80km까지 뛸 수 있다. /룰루레몬

◇코로나 이후 커진 여성 스포츠 시장

코로나를 거치면서 여성 스포츠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자 스포츠 브랜드들은 여성들이 운동하는 상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여성 스포츠 의류 시장은 전체 스포츠 시장에서 아직 절반도 되지 않지만, 성장세는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남성 시장이 8% 커질 때 여성 시장은 25%씩 커지고 있다.

스포츠 의류 부문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이 보통 사람들이 즐겨 입는 ‘캐주얼 스포츠 의류’ 시장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20~2021년 캐주얼 스포츠 의류 시장은 20.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아웃도어 의류 시장은 16.8% 성장했다.

룰루레몬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여성 발만을 전용으로 연구해서 내놓고 있는 러닝화. 러닝화부터 트레일화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룰루레몬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도 이에 앞다퉈 보통 여성을 위한 제품을 연구·출시하고 있다. 나이키는 올해 생리혈이 새지 않는 기능성 바지와 여성용 축구복을 새로 공개했다. 언더아머는 여성 발에만 따로 맞춘 러닝화를 처음으로 출시했고, 아디다스는 올해 여성들이 운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속옷 컬렉션을 출시했다. 룰루레몬도 작년부터 여성의 발 모양만을 따로 연구한 러닝화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