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제소한 美, 가상화폐 규제강화… 韓 아직 처벌규정도 없어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 6. 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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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증권위 자오창펑 CEO도 제소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고객 자산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5일(현지 시각)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를 증권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미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SEC는 소장에서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산을 이용해 이득을 얻었지만, 고객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했다”고 했다. SEC는 바이낸스가 이러한 행위를 하면서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가상 화폐 업계에선 이번 제소를 최근 급격히 강화되는 가상 화폐 규제의 일환으로 본다. 작년 11월 세계 3위 가상 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한 뒤 전 세계 규제 당국은 가상 화폐 시장의 리스크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가상 화폐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가상 화폐를 증권으로 판단해 규제하고 불투명한 가상 화폐 거래소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Cryptocurrency)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자오창펑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그래픽=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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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자금 불투명하게 운영한 바이낸스에 철퇴

SEC는 바이낸스와 자오 CEO에 대해 총 13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우선 바이낸스와 자오 CEO가 고객 자산을 비밀리에 별도의 가상 화폐 관련 업체에 송금한 뒤 바이낸스에서 거래되는 가상 화폐에 투자하도록 해 바이낸스의 가상 화폐 거래량을 부풀린 점이다. 바이낸스는 고객의 자금을 ‘메리트 피크(Merit Peak)’와 ‘시그마 체인 AG(Sigma Chain AG)’이라는 2개 업체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두 업체는 바이낸스와 별도의 법인이지만, 모두 자오 CEO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했다. 바이낸스와 자오 CEO가 고객 자금을 불투명하게 운영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바이낸스는 또 미국인 가상 화폐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 직접 투자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일부 큰손 투자자들에게 당국의 감시를 피해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바이낸스와 자오 CEO는 치밀한 기망 행위를 저질렀고, 고객의 이익과 상충하는 활동을 하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낸스는 공식 블로그에서 “우리는 SEC 조사에 적극 협조했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SEC가 일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날 SEC 제소 소식이 전해지자 가상 화폐 시장은 출렁였다. 6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각각 3.89%, 2.78% 하락했다. 바이낸스코인은 7.67% 폭락했다.

◇전 세계가 규제 강화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회색지대

최근 전 세계 규제 당국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거래소를 타깃으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은 지난달 “가상 화폐 거래소가 가상 화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를 증권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며 가상 화폐 시장의 불투명성을 걷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4월 유럽연합은 가상 화폐 서비스 제공자에게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는 세계 최초 가상자산규제법 ‘미카’를 통과시켰고, 국제증권감독기구는 가상화폐 자산 위탁 관리와 규제 협력을 포함한 글로벌 통합 규제 권고안을 마련했다.

반면 국내 가상 화폐 시장은 여전히 규제의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국내에선 가상 화폐가 증권으로 분류되지 않아 기존 법으론 처벌이 불가능하다. 시세 조종, 내부자 거래, 미공개 내부 정보 이용에 따른 투자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남국 코인 사태’다. 100억원대 코인 보유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무소속 의원은 자신이 투자한 코인의 시장 조성에 직접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재 가치가 없는 신생 코인을 띄우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인위적으로 투입하고, 코인을 사고팔아 ‘있어 보이는 코인’으로 둔갑시키는 시세 조작 행위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김 의원이 대량 보유했던 ‘위믹스’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데, 만약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 근거가 약해진다”며 “한국은 2017년 처음 발의된 가상 자산 관련법이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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