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활황 진입?… 착시입니다, 대형주만 떴습니다

김효인 기자 입력 2023. 6. 7. 04:27 수정 2023. 6. 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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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프랑스 등 주가 쏠림 현상… 테크·대형주 빼면 잠잠

지난달 국내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한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증시에서도 대형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시에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테크주가 증시를 주도했고 일본에서는 반도체·종합상사주, 프랑스에서는 럭셔리주 등 기존에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대형주가 더욱 몸집을 불렸다. 현재 진행형인 글로벌 경기 양극화가 반영됐다거나 대세 상승장으로 바뀌기에 앞선 자연스러운 대형주 쏠림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거품 조짐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러스트=양진경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코스피 대형주 5% 뛸 때 중·소형주 1% 올라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 대형주는 5.23% 상승해 4.56% 상승한 전체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소형주는 1.77%, 코스피 중형주는 1.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매집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5월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을 2조5670억원어치,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47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전체 순매수액이 4조6392억원이었는데, 이 중 87%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비슷한 움직임

대형주 쏠림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지난달 28일 대형주 중심의 러셀1000지수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지수 간 격차가 1997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기준 러셀1000은 올 들어 9.2% 상승했지만 러셀2000은 0.7%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대형주 상승세는 애플,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엔비디아 등 테크주가 주도했다. 특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러셀1000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26일 기준 약 13%로 1995년 해당 데이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4월까지 급등세를 이어갔던 프랑스 증시에선 상승분 대부분이 대형 럭셔리주에 몰렸다.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증시의 대표 지수인 CAC40은 지난해 9월~올해 5월 30%가량 급등했는데 시가총액 증가분의 3분의 1쯤을 에르메스와 LVMH, 로레알,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 등 4개 기업이 차지했다.

세계 2위 규모인 일본 증시에선 반도체, 종합상사 등 대형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대형주를 모은 지수인 닛케이 225는 올 들어 지난날까지 18.5% 상승했는데 소니그룹, 도쿄일렉트론, 미쓰비시상사 등의 상승률은 이를 훌쩍 넘어섰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S&P500은 시가총액 상위 15개 기업의 비중이 연초 31%에서 5월 말 37%까지 올랐고 일본 닛케이225도 31%에서 33%로 증가했다”며 “일본 증시에서는 시총 상위 15개 기업이 전체 지수 상승분의 30%가량을 차지했다”고 했다.

◇쏠림 현상은 강세장 예보?

최근 대형주 쏠림 현상은 글로벌 금리 인상기가 종료된다는 기대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만간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대세 상승장이 오게 되면 대형주가 먼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쏠림과 과열 논란은 강세장 초기 피할 수 없다”면서도 “역사적으로 강세장 초입에서는 항상 주도주군이 초과 성과를 달성해 왔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경기의 양극화를 반영한다는 분석도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등이 경기 반등에 앞서 먼저 움직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명품주 실적에 대한 기대는 경기 상승을 먼저 느끼는 자산가들의 명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심한 경기 침체가 닥치면 현재 대형주 상승세가 증시 전반으로 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가의 유명 이코노미스트인 로젠버그 리서치 창업자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지난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S&P500에서 단 7개의 대형주만이 올해 주가 상승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는 닷컴 버블(거품)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대형 기술주들의 성과가 눈에 띄는 반면 은행, 소비재, 운송 관련주들이 부진하며 시장에 경기침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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