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대중화 메카 영동 “이젠 세계로 휘모리”

영동/신정훈 기자 입력 2023. 6. 7. 03:57 수정 2023. 11.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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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town] 탄탄한 국악 인프라로 세계국악엑스포 준비
지난 3일 충북 영동군 국악체험촌에서 국악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충북대 1학년 학생들이 가야금을 배우고 있다. 영동군은 국악 세계화를 위해 2025년 ‘세계국악엑스포’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3일 오후 1시쯤 충북 영동군 영동읍 국악체험촌 소리창조관. 충북대 1학년 이하윤(19)씨가 ‘덩 덕덕쿵 덕쿵’ 장단에 맞춰 정통 타악기 장구를 연주하고 있었다. 왼쪽 북편은 끝이 둥근 막대기 모양 채인 ‘궁채’로 장단을 맞췄고, 오른편은 젓가락처럼 생긴 ‘열채’로 두드렸다. 강사는 “판소리 장단 중 가장 빠른 휘모리장단”이라고 했다. “장구는 난생처음 접한다”는 이씨는 “30분 만에 장구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이날 이씨를 포함해 충북대 1학년생 20여 명이 교양 수업 목적으로 국악체험촌에서 장구와 가야금 등 다양한 국악기를 연주하고 국악 공연을 관람했다. 추교준(19)씨는 “국악기 연주와 국악 공연 관람은 모두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악의 고장’으로 불리는 충북 영동군이 국악 대중화를 넘어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전문 국악인부터 일반인까지 모두 이용 가능한 국악체험촌과 국악박물관 등 다양한 국악 인프라를 갖춘 덕분이다. 전국 유일의 국악 축제를 매년 열고 있고, 전국 군 단위 지자체 중 처음으로 창설한 국악단을 보유하고 있다. 군은 이를 기반으로 ‘세계국악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첫 ‘2025영동세계국악엑스포’ 개최

영동군은 국내에서 드물게 다채로운 국악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2015년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불리는 난계(蘭溪) 박연(1378~1458) 생가 일대 7만5956㎡(2만2900여 평)를 국악체험촌으로 조성했다. 300석 규모 공연장인 ‘우리소리관’과 체험장·전수실이 있는 ‘소리창조관’, 숙박 시설 ‘국악누리관(43실)’ 등을 갖췄다. 우리소리관에선 매주 토요일 무료 공연이 열린다. 국악누리관은 국악인들이 수련과 후학 양성을 위해 찾는 곳이다. 소리창조관은 국악기 연주는 물론 명상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경북 구미에서 온 김명희(42)씨는 “아이들이 국악 공연도 즐기고, 국악기 연주 기법도 배웠다”고 했다. 국악체험촌에서는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의 북 ‘천고’가 있다. 지름 5.5m, 길이 6m, 무게 7t에 달한다. 직접 이 거대한 북을 칠 수도 있다. 제작 기간만 14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국악체험촌에는 국악 전문 박물관도 있다.

세계서 가장 큰 북 ‘천고’ - 한 유치원생이 국악체험촌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북으로 알려진 천고를 치고 있다. 이 북은 지름 5.5m, 길이 6m 크기에 무게는 7t이다. /신현종 기자

영동군은 이런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내 최초의 국악 엑스포인 ‘2025영동세계국악엑스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군은 2025년 9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30일간 영동읍 레인보우힐링관광지 일원에서 ‘국악으로 만나는 미래 문화, 희망을 치유받다’를 주제로 국악엑스포를 열 예정이다. 30국 97만여 명이 참여할 전망이다. 영동군 관계자는 “국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국악의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행사 계획 승인을 받았고, 현재 기획재정부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장경진 가야금 연주자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 전통 음악의 매력을 퍼뜨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년 10월 난계국악축제… “국악 산업 일으킨다”

영동군은 영동에서 태어난 난계 박연의 업적을 기리고 국악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난계국악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로 54회째다. 박연은 세종 때 악학별좌에 임명돼 국악기를 개량하고 아악을 정리한 음악 이론가이자 음악 행정 관료이다. 영동군 관계자는 “난계국악축제는 국내 유일의 국악 축제로 전통 국악 공연부터 퓨전 국악까지 다양한 국악 공연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난계국악축제에서 난계국악단의 공연은 축제의 백미다. 1991년 전국 군 단위로는 처음으로 창단된 난계국악단은 국내외 400여 회에 걸친 초청 연주회를 선보였다. 특히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상업용 국악 CD를 제작했다. 난계국악단 외에도 올해로 창단 49주년을 맞은 영신중학교의 ‘해요락’을 포함해 5개 초중고교와 일반 성인까지 아마추어 국악관현악단도 운영 중이다. 해요락 관현악단의 경우 전국 규모 국악 대회에서 39차례 수상했다. 군은 또 국악 저변 확대를 위해 국악을 배우고자 하는 군민을 대상으로 국악 강습을 열고 있다.

영동군은 ‘국악 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창작 국악, 융·복합 국악, 4차 산업 기술을 적용한 국악 등을 더 키우는 것은 물론 국악 음반, 국악 의상, 국악 심리 치료 분야와 관련한 국악 인프라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정영철 영동군수는 “세계국악엑스포는 한국 전통문화의 부흥은 물론 국악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영동군이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 산업 성장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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