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앞둔 전국 해수욕장 “백사장을 지켜라”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낮 최고기온 30도 무더위에 백사장은 이른 피서객들로 붐볐다. 송정해수욕장은 지난 1일 해운대해수욕장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먼저 임시 개장했다. 개장 후 첫 주말과 휴일 이틀간 6만명이 몰렸다.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전국 주요 해수욕장들이 속속 개장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상당수 해수욕장은 ‘백사장 침식’과 싸우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와 연안 개발 등의 영향으로 과거부터 있었던 현상이지만, 특히 부산·포항 지역이 심각하다고 한다.
이날 송정해수욕장 한편에선 ‘양빈(養濱)’ 작업 준비가 한창이었다. ‘양빈’은 유실된 백사장 모래를 채워 넣는 것을 말한다. 이곳에서 서핑 강습소를 운영하는 신성재(46)씨는 “백사장이 점점 줄다 보니 파도가 크게 치면 바닷물이 도로를 넘어 상가까지 밀려오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해운대구는 이달 말까지 송정해수욕장 백사장 약 1㎞ 구간에 6만9574㎥의 모래를 채운다. 또 2029년까지 정부 지원을 받아 298억원을 투입해 30만㎥의 모래를 추가로 채우는 등 연안정비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송정해수욕장은 1970년대만 해도 백사장 폭이 70~80m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4~56m 수준으로 줄었다. 해양수산부의 지난해 연안 침식 실태조사에서 이 해수욕장은 ‘심각’ 판정을 받았다. ‘양호’ ‘보통’ ‘우려’ ‘심각’ 중에서 최악인 ‘심각’은 지속적 침식으로 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송정해수욕장은 2015년까지만 해도 ‘보통’을 유지했다.
지난해 ‘우려’ 등급을 받은 해운대해수욕장은 2012년부터 5년 동안 315억원을 들여 연안 정비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백사장 평균 면적이 2013년 6만387㎡에서 2015년 13만5745㎡가 돼 2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사업이 끝난 이후 작년엔 9만3114㎡로 다시 줄었다. 부산은 작년에 해수욕장 등 연안 9곳 중 8곳이 침식 ‘우려’ ‘심각’ 등급을 받았다.
경북 포항시 송도해수욕장은 백사장 유실로 2007년 폐장됐다가 16년 만에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포항시와 해양수산청은 송도 해안가 복원을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국비 304억원을 들여 모래 15만㎥를 붓고 수중 방파제 3기를 설치했다. 그 결과 10여m였던 백사장 폭이 최대 50m까지 늘었다. 포항시는 조만간 해수부에 해수욕장 지정 신청을 할 예정이다.
매년 3~4㎝씩 백사장이 사라지고 있는 전북 부안군의 변산해수욕장은 내달 7일 개장을 앞두고 4억원을 들여 모래 7000㎥를 보충할 계획이다.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도 3억원을 들여 모래 2370㎥를 채워 넣기로 했다.
연안 침식은 전국적 현상이다. 지난해 연안 침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360개 조사 대상 지역 중 ‘양호’와 ‘보통’ 등급은 199곳(55.3%), ‘우려’ ‘심각’은 161곳(44.7%)이었다. 동해안(강원도·경북·울산)의 경우 147곳 중 ‘우려’가 65곳, ‘심각’이 13곳으로, 절반 이상이 대책이 필요한 ‘우심’(우려·심각) 지역으로 조사됐다. 남해안(부산·경남·제주·전남 일부)은 102곳 중 45곳이, 서해안(인천·경기·충남·전북·전남 일부)은 111곳 중 38곳이 ‘우심’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이상 기후로 인한 태풍, 연안 지역 개발 등을 연안 침식의 원인으로 꼽았다. 해운대의 경우, 바닷바람이 빌딩에 맞고 되돌아 나가면서 만드는 ‘빌딩풍’이 침식을 가속화시킨다고 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연안 침식을 고려한 도시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진재율 박사는 “일본은 모래를 해안 방호 자원으로 본다”며 “하천·연안·어항 등을 관리하는 각 부처가 연안 침식에 공조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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