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원숭이·친칠라… 동물원 희귀종 태반이 병으로 ‘요절’

구아모 기자 입력 2023. 6. 7.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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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5%가 질병·사고로 폐사

지난달 세종시의 한 동물원에서는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10살짜리 반달가슴곰이 ‘장중첩 괴사’로 죽었다. 평균 수명 25년인데 채 절반을 못 채웠다. 지난 1일에도 경기도의 한 동물원에서 국제적 멸종 위기종인 알락꼬리여우원숭이가 ‘외상에 의한 감염’으로 폐사했다. 이 원숭이의 수명은 19년인데, 7년밖에 살지 못했다고 한다.

국내 동물원이 보유한 멸종 위기 야생동물 중 상당수가 이같이 질병·사고로 폐사한 것으로 6일 나타났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이날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동물원의 국제적 멸종위기동물 폐사 현황 및 원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5월까지 국내 114개 동물원에서 국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463마리 중 55%인 1365마리가 자연사가 아닌 질병 등 다른 요인으로 죽었다.

/그래픽=김성규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오랑우탄, 알파카, 친칠라, 백공작, 구관조, 아누비스 개코원숭이, 망토원숭이, 작은발톱수달, 남아메리카물개, 장미앵무, 자카스펭귄 등 다양한 종이 포함됐다. 특히 부산의 한 동물원에서는 지난 5년간 폐사한 40마리 모두 제 수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 동물원에서는 바퀴벌레가 떼로 목격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2021년엔 인수공통감염병인 ‘우결핵’이 유행하면서 여러 동물원의 동물이 떼로 폐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동물 단체들은 질병 감염에 취약한 동물원 환경 탓에 병에 걸려 죽는 동물이 많다고 주장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기본적으로 동물원은 야생성을 가진 동물들이 폐쇄된 공간에서 살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질병 저항력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 동물이 자신이 원래 태어난 고유의 생태적 환경과 다른 장소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물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다 병들어 간다”고 했다.

현행 동물원 운영 제도에서는 질병 관리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동물원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뒤 운영되며, 관리도 지자체장이 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들이 동물원 관리는 ‘가욋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관리가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민간에서 운영되는 소규모 동물원은 시설 관리 자체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동물원 측은 예산·인력 부족으로 동물의 질병사를 막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동물원 관계자는 “동물 복지, 보전과 과학 연구, 생태 교육이라는 동물원의 본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예산에 비해, 동물 질병 관리 예산은 미흡하다”며 “반려동물과 다르게 야생동물들은 애초에 질환을 진단하기도 어렵고 치료나 처치 등을 할 때마다 마취를 해야 하는 것도 질병 치료를 어렵게 한다”고 했다. 임이자 의원은 “멸종 위기 동물의 보호를 위해서 열악한 환경에 있는 동물원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며 “동물원이 종 보전이라는 본목적에 맞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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