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묵남’ 주장과 ‘인싸’ 부주장, U-20 한국 ‘원팀’ 조직력의 비결

라플라타(아르헨티나)/서유근 특파원 2023. 6. 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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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현장에서
지난달 23일 프랑스와 조별 리그 1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이승원(8번)과 이영준(아래). /대한축구협회

“원 팀(one team)!” 2023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 신화’를 달성한 김은중호는 훈련을 시작할 때 이런 구호를 외친다. 경기를 이기고 기념 촬영을 할 때면 부상으로 먼저 귀국한 박승호(20·인천) 유니폼을 늘 들어 보인다. 선수단 21명이 하나로 뭉쳐 있다는 걸 기억하자는 의미다. 그 중심에는 ‘과묵남’ 주장 이승원(20·강원)과 ‘인싸’ 부주장 이영준(20·김천상무)이 있다.

일단 그라운드에서 둘은 팀을 이끈다. 이번 대회 이승원이 1골 4도움, 이영준이 2골 1도움. 두 선수 공격 포인트를 합하면 8개다.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선 이승원의 프리킥을 이영준이 헤더 골로 연결했다. 이승원은 대회 도움 전체 1위로 골든볼(대회 MVP) 후보로도 거론된다.

더 중요한 역할은 그라운드 밖에서 나온다. 정반대 성격 두 리더가 구심점 역할을 해내면서 끈끈한 조직력을 전파한다. 대표팀 관계자는 주장 이승원에 대해 “그라운드에서 올린 ‘도움’만큼 평소에도 묵묵히 선수들을 잘 돕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중(44) 감독이 지난해 초 연령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이승원을 바로 주장으로 선임한 것도 그런 진중하고 사려 깊은 성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승원은 “골을 넣는 것보다 좋은 패스로 득점을 이끌어냈을 때 더 큰 희열을 느낀다”며 “쉴 때도 어떤 패스로 골을 만들어낼지 상상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어시스트로 친구들이 골을 넣었을 때 내게 달려와줬으면 하는데 다들 자기 세리머니하느라 바쁘다”고 웃었다.

이승원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온두라스와 2대2로 비긴 뒤 김 감독과 독대했다. 김 감독이 대회 기간 주장을 부른 유일한 자리. 김 감독은 “프랑스전 승리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고 하자 이승원은 면담 뒤 선수들을 모아 정신 무장을 다시 하자고 강조했고, 감비아전엔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로 나설 수 있었다고 한다.

<YONHAP PHOTO-1061> 태극전사 품에 와라 4강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4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1:0으로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2023.6.5 hwayoung7@yna.co.kr/2023-06-05 06:08:31/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과묵남’ 주장과 달리 부주장 이영준은 자타공인 분위기 메이커다. 김 감독도 “항상 밝고 긍정적인 친구”라 표현한다. 이승원은 “선수들끼리 사소한 감정 다툼이 일어났을 때에도 영준이가 대화로 잘 풀어준다”며 “팀이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는 영준이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인싸(인사이더)’답게 대회 기간 선수들을 이끌고 외출을 자주 나갔다. 그는 “단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하는 아르헨티나 현지 분이 많다”며 “여성들은 대부분 잘생긴 배준호와 사진을 찍으려고 하더라”고 눈을 흘겼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코치진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가끔 김 감독과 의견이 충돌할 때가 있긴 하다. 바로 선곡 문제다. 훈련장에선 주로 신나는 음악을 트는데 DJ 역할을 맡은 이영준이 최근 인기를 끈 릴러말즈 같은 래퍼들 노래를 줄기차게 틀자 김 감독이 “모르는 노래만 나온다”고 불평한 것. 그러자 이영준은 40대 중반인 김 감독을 배려해 HOT와 쿨의 노래를 준비했는데 김 감독이 “너무 옛날로 갔다. 센스가 없다”며 핀잔을 줬다는 후문이다.

이승원과 이영준은 9일 오전 6시 이탈리아와 준결승전에도 선발 출장해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이영준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 모두 우린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오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전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23.6.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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