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이 우리나라 인터넷을 끊었나"

이상배 정치부장 2023. 6. 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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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쏜다던 위성을 쐈나? 이번에도 별 일 아니겠지.

일본 등 해외와 연결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절단되거나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들이 디도스 공격 등으로 마비된다면? 일시에 통화량이 폭주하면서 전화 통화도 어려워질 것이다.

인터넷망을 거의 전적으로 해저 케이블에 의존해온 대만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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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딸 주애와 함께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다고 조선중앙TV가 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정찰위성 1호기의 조립 상태 점검과 우주 환경시험을 마치고 탑재 준비까지 완료됐다고 밝혔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3.05.17. *재판매 및 DB 금지

#1. '삐익―' 날카로운 경보음이 귓전을 때린 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쯤이었다. 자고 있는 아이가 깰까봐 서둘러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북한이 쏜다던 위성을 쐈나? 이번에도 별 일 아니겠지. 하지만 습관처럼 네이버 앱(애플리케이션)을 켠 뒤 이 생각에 균열이 생겼다. 접속이 안 됐다. 인터넷망이 끊어졌나? 짧은 순간이지만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제서야 '위급 재난 문자'의 다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피 준비하라는데, 무슨 일이지 알려줘야 대피할 곳을 정하지. 공습이면 지하로, 지진이면 가까운 학교 운동장으로 가야 하는데.

다행히 네이버 앱은 곧 접속이 재개됐다. 나처럼 무슨 일인지 찾아보려고 네이버 앱을 켠 사람이 많아 순간적으로 접속이 폭주했던 모양이다. 첫 문자 이후 약 20분 뒤 경계경보가 오발령됐다는 문자가 왔고, 서울은 일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서울시민은 모두 2023년 5월31일 아침의 그 순간을 한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황당함과 분노, 허탈함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느꼈던 공포의 기억과 함께.

[난간=AP/뉴시스] 6일(현지시간) 대만 마쭈열도의 난간 지하 박물관에서 한 관광객이 마쭈열도에서 불과 10㎞ 떨어진 중국 본토를 겨냥한 자주포 벽화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본섬과 마쭈열도 사이에 두 개의 해저 케이블을 소유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화텔레콤은 중국 선박이 지난달 2일과 8일에 해저 케이블을 절단해 통신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쭈열도 주민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08.

#2. 지난 2월2일 대만의 최전방 섬 가운데 하나인 마쭈다오(馬祖島)의 인터넷이 두절됐다. 6일 뒤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중국의 어선과 화물선이 해저 인터넷 케이블을 절단한 게 원인이라고 대만 국가통신위원회(NCC)는 밝혔다.

케이블이 복구되기 전까지 마쭈다오 주민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가 차단된 채 며칠씩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다. 인터넷이 또 끊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이 지역 숙박업소들의 3∼4월 예약은 평소 대비 20% 가량 급감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인 엘리자베스 브로우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대만 침공을 준비 중인 중국이 대만의 인터넷을 완전히 단절하기 위한 연습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규군이 아닌 어선 등 민간을 활용한 도발을 '회식지대 전술'이라고 한다.

대만은 데이터·음성 트래픽의 95%를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만 끊으면 대만은 사실상 석기시대로 돌아간다. 만약 이번 사태가 정말 중국의 의도라면 향후 중국이 대만 상륙을 시도할 경우 대만의 인터넷망 차단부터 노릴 것임을 예상하긴 어렵지 않다.

(케이프 커네버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7일 (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네버럴 우주군 기지의 40번 발사대에서 고도 230마일의 궤도에 배치될 스타링크 V2 미니 위성을 탑재한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 X의 팰콘 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3. 지난 5월31일, '경계경보' 문자보다 순간적인 인터넷 접속 마비에 더 놀란 게 비단 나 뿐일까. 대부분의 혼란과 공포는 충격적인 사건보다 정보의 차단에서 온다.

핵과 탄도미사일, 장사정포를 머리에 이고도 우리 국민들이 그나마 안심하고 사는 건 24시간 시원하게 뚫리는 통신망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의 군사도발과 함께 인터넷망이 끊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일본 등 해외와 연결된 해저 인터넷 케이블이 절단되거나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인터넷 서비스들이 디도스 공격 등으로 마비된다면? 일시에 통화량이 폭주하면서 전화 통화도 어려워질 것이다. 가족에게 가려는 자가용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가 마비될 수도 있다.

인터넷망을 거의 전적으로 해저 케이블에 의존해온 대만은 최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를 구한 바로 그것이다. 해저 케이블 단절과 같은 유사시에도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시 중국의 요구로 북한이 주한미군의 발을 묶으려 대남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유사시에 대비한 비상용 통신망 확보가 절실하다.

다행히 스타링크 측이 알아서 연내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한화그룹도 위성통신 사업을 한다. 아직은 위성통신이 더 비싸고 느리지만 '안보'는 경제성만 따질 문제는 아니다. 목숨을 돈과 맞바꿀 수는 없지 않나.

이상배 정치부장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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