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의,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 확인시킨 ‘이래경 사태’

조선일보 2023. 6. 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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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당 혁신위원장에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을 임명했지만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이래경 전 혁신위원장이 천안함·코로나 발언 논란 등으로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한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의 근본적 문제를 보여준다. 이 대표는 이 전 위원장의 과거 발언과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자기 사람이란 이유로 임명했다. 당 쇄신보다 자기 안위라는 사적 이익을 앞세우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민주당이 혁신위를 띄운 것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돈 봉투 사건, 코인 논란, 강성 팬덤의 폐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3주간 비밀리에 진행된 인선 결과는 이름도 생소하고 과격한 막말에 비상식적 음모론에 빠진 편향적 인사였다. 극소수의 친명 인사들만 알았다. 문제 발언 등이 보고됐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공론화 과정도 검증도 없이 이 대표가 밀어붙인 것이다.

이 대표는 그가 보호막이 돼 ‘이재명당(黨)’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는 2019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에 들어갔고 대선 때도 적극 지지했다. “이 대표는 든든하고 박식하고 깨끗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를 이렇게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 체제의 문제점을 뜯어고칠 수 있겠나. 이 대표가 오직 자기 정치 생명만을 고려에 둔 인선을 한 것이다.

이 대표 취임 후 1년 가까이 이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의원직을 달았고, 당대표에도 올랐다.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법을 강행했다.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도 바꿨다. 불체포 특권을 없애겠다더니 그 뒤에 숨었다. 당내에선 “자기 방탄 빼고 한 게 뭐냐”고 한다.

이럴 때마다 강성 지지층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리고 쫓아다니며 반발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을 위해 이 대표는 ‘권리 당원 투표가 전당대회 의결보다 우선한다’는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국회의장이 여야 협치를 위해 제안한 여야중진협의회는 친명 의원들이 무산시켰다. 167석 거대 의석을 포퓰리즘 법안과 대통령 거부권 유도 법안들을 밀어붙이는 데 썼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발목 잡으며 걸핏하면 반일 몰이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를 위한 방탄과 입법 폭주에 동원됐다. 총선 공천권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부정 비리와 입법 폭주, 포퓰리즘, 내로남불, 훌리건 정당으로 낙인찍혔다. ‘사당화’의 늪에 빠져 스스로 쇄신조차 하지 못한다. 이번 사태는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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