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부총재 경고 “AI는 산업혁명만큼 노동시장에 대혼란”

임경업 기자 2023. 6. 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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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과거 산업혁명만큼 인류 사회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챗GPT 같은 AI의 확산으로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만큼 각국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가 나서서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제1 부총재는 5일(현지 시각) 영국 글라스고 대학교에서 열린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 공식 축하 주간 기조 강의에서 “AI는 애덤 스미스 시대의 산업혁명만큼이나 파괴적일 수 있다”며 “챗GPT와 같은 AI 혁신이 생산성과 경제 생산량을 높일 수 있지만, 노동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생산 라인 자동화로 해고된 근로자가 다른 산업에서 더 나은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잘못 예측한 뒤, 지난 수십년간 제조업 자동화로 일자리가 줄었다”며 “정부와 기관 등 정책 입안자들이 노동 시장의 혼란에 대비해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기술을 규율할 규칙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근로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 ‘직원을 기계로 대체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세금 정책’ ‘빅테크 기업이 불공정한 이점을 누리는 것 방지’ 등을 언급했다. 지난달 세계경제포럼(WEF)도 보고서를 내고, AI 기계화로 2027년까지 일자리 약 1400만개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AI 규제를 마련하고 있는 각국 정부에 이어 국제기구까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에 대한 공동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AI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챗GPT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사례가 큰 파장을 낳았다. 지난 2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일리노이주에서 일하던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에릭 페인은 시간당 60달러를 받고 10개 업체의 광고와 마케팅 문구를 전문적으로 써왔지만, 지난 3월 한 고객사에서 “카피라이팅 업무를 챗GPT로 대체하겠다”는 메일을 받고 계약 해지를 당했다. 나머지 9개 회사 모두 한 달여 만에 계약 해지하면서 페인의 일거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타트업에 다니던 마케팅 담당자 올리비아 립킨은 지난 4월 아무 설명 없이 해고당했다. 챗GPT의 출시 이후, 사내 메신저엔 ‘챗GPT를 통해 마케팅, 카피라이팅 업무를 하는 요령’ 관련 글이 자주 올라왔고, 해고 직전 회사 내부엔 ‘마케팅 업무에 챗GPT를 쓰는 것이 인간을 쓰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만들어졌다. 립킨은 “사실상 AI 때문에 해고됐다”고 말했다.

인간이 창작하는 글과 그림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성할 수 있는 생성 AI가 가장 활발히 쓰이는 분야는 마케팅과 그림, 일러스트 생성 영역이다. 챗GPT를 이용해 과거엔 사람이 직접 써야 했던 소셜미디어, 블로그 광고 문구도 챗GPT에 광고할 상품과 타깃만 입력하면 수 분 안에 완성해주기 때문이다. 아예 이런 마케팅 문구를 전문적으로 생성해주는 AI 유료 서비스도 여럿 등장했다.

지난 4일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은 ‘AI웹툰 보이콧’이라는 제목의 게시글로 ‘도배’됐다. 네이버웹툰의 ‘도전만화’ 코너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일종의 등단 플랫폼인데, 이곳에 2~3일 동안 다수의 작가가 60건이 넘는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해당 게시물은 모두 AI 기술이 웹툰 작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린 웹툰을 AI 업체들이 AI 학습 자료로 사용하면서 결국 작가들의 입지를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인간 못지않은 그림 솜씨를 보여주면서, 그림을 그리는 직업 종사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엔터테인먼트 업계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작가 조합은 처우 개선과 대본 작성에 AI 배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고, 몇몇 주요 TV쇼가 결방되고 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배우방송인조합(SAG-AFTRA)도 AI를 통해 만든 복원한 배우 3차원 그래픽 영상이 영화나 드라마에 활용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제작사의 AI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논의하는 협상에 들어갔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성형 AI가 상용화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람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하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환각’ 현상 등으로 업무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한 변호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과 유사한 판례를 챗GPT에서 찾아 법원에 제출했는데, 재판에서 이 판례들이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챗GPT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를 기반으로 그럴 듯한 사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미국 섭식장애협회(NEDA)는 최근 섭식장애 환자 상담에 AI챗봇을 활용했는데 챗봇이 거꾸로 다이어트를 권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일부 경제 기사에 AI를 도입했던 온라인 매체 CNET은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틀린 내용이 기사에 포함된 것을 발견하고 지난 2월 AI 사용을 그만뒀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계도 분명하다”면서 “각종 직업에서 AI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것은 업무 효율을 높여줄 수 있지만, 사람을 AI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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