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타다, 법원 가기 전에 행정으로

김태준 기자 2023. 6. 7.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타다가 1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제2, 제3의 타다가 등장할 수 있을까. 제도가 지금 그대로라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혁신 서비스가 나오더라도 공무원들은 손 놓고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불법 영업 논란으로 재판에 넘겨진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관련자들에게 최종적으로 무죄가 선고된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타다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타다 사태를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위법성이 문제는 아니었다. 대법원은 “타다가 국토교통부 등과 여러 차례 협의했으나 어느 기관도 불법성을 지적한 바 없다”고 했다.

문제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었다. 국토부는 초기에 타다의 혁신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장려할지 검토도 했다. 그러다 타다 금지를 외치며 택시 기사들이 분신하자 뒤로 숨었다. 2019년 7월 서울중앙지검이 국토부에 타다가 위법인지 의견을 구했으나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명쾌하게 답변을 해줬다면 법원에 갈 일조차 없었다. 이후 정치권이 타다 반대로 기울자, 타다 금지법을 만들어 바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대표 발의했지만, 실은 국토부가 만든 것을 대리 입법한 것이다.

타다 사태 때 국토부가 보인 무기력한 모습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과정에서 학습된 결과물일지 모른다. 보수 정권의 어젠다와 비슷한 혁신 성장에 발을 담그다 언제 적폐로 몰릴지 두려웠다. 진심인지도 의심스러웠다.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 주도 성장을 주창하다 비웃음을 사니, 구색 맞추기용으로 혁신 성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 정권은 타다를 혁신의 표본으로 치켜세웠다가 쉽게 버렸다.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그렇다면 정권이 바뀐 지금은 해결된 문제일까. 공무원이 혁신 산업을 장려하게 만들 유인이 없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신구 산업의 갈등이 크게 나타나는 곳은 서비스 산업인데, 서비스업과 관련한 법은 콘텐츠산업진흥법과 관광진흥법을 빼고는 모두 인허가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법이다. 쉽게 말해 면허를 어떻게 배분할지가 초점이지 산업 육성과는 거리가 먼 법들이다. 이러니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신산업을 장려하기보다 기존 틀을 지키는 게 안전하다. 택시처럼 법에 따라 면허 총량을 관리하는 게 낫지 타다 같은 게 나오면 골치 아프다.

특히 신산업에 밀려나 피해를 보는 이들의 반발은 공무원들을 더욱 움츠리게 했다. 공무원 개인의 용기로 돌파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도를 바꿀 수밖에 없다. 돈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첨단 산업 등장에 따라 손해를 보는 이들에게 재정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낭비되는 예산을 이런 곳에 써야 한다. 법원으로 가기 전에 행정에서 끝내야 한다. 성장과 분배를 다 잡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야 정치권에서도 딴지를 걸기 어렵다. 1년 만에 회원 170만명을 확보한 타다 같은 서비스가 계속 나온다면 이해관계자 집단이 아니라 소비자의 눈치를 볼 것이다. 총대를 멘 공무원이 성공해야 제2, 제3의 타다가 나올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