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41] 신안 병어조림
감자 꽃이 피기 시작하면 남쪽 바다에서 겨울을 나던 병어들은 북상을 시작한다. 조기보다 한 달 남짓 늦고, 민어보다 한 걸음 빠르다. 자연의 이치는 경이롭다. 경쟁보다는 공존을 찾는 그들의 질서에 인간이 부끄러울 뿐이다. 감자 꽃이 지고 알이 굵어지면 섬과 섬 사이 갯골에 근육질의 몸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황해로 올라와 새우나 갯지렁이 등으로 몸을 만들고, 수심 50미터 내외의 갯벌에 산란을 한다.
이를 잘 아는 검산마을 어부는 그곳에 그물을 내려놓는다. 40여 년 전 그물에 도자기가 올라오면서 섬마을은 물론 전국이 발칵 뒤집혔던 그 전남 신안군 증도 앞 바다다. 예전이면 은빛 병어가 그물에 주렁주렁 걸렸겠지만 이제는 주문한 것도 맞추기 바쁘다. 이렇게 어획량이 줄었지만 찾는 사람은 더 많다. 병어 집산지인 신안군 지도읍 송도 위판장의 병어는 중국으로 수출되기도 한다.
병어잡이는 조차가 큰 서해의 특성을 이용해 조업을 한다. 특히 신안 증도·임자도·지도 지역에서는 닻자망으로 병어를 잡는다. 증도 검산마을도 마찬가지이다. 조류를 거슬러 그물을 놓고 들물과 날물에 맞춰 물을 본다. 물을 본다는 말은 ‘그물을 턴다’는 어민들의 말이다. 이곳 보물선이 묻힌 그 갯벌은 병어나 새우가 서식하기 좋은 바다였다. 물길도 좋아 여름철이면 그물을 놓아 병어나 민어를 많이 잡았던 바다였다. 이제 물길도 조류도 수온도 변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동안 많은 간척과 매립으로 갯벌이 사라지고 해안선은 직선으로 바뀌지 않았던가. 심지어 강과 바다는 물길이 막히고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 병어도 살 만한 곳을 찾아 자리를 옮겨야 했을 것이다.
병어는 머리가 작고 뼈가 연하며 살이 많다. 바다에서 뭍으로 나온 즉시 죽기에 활어로 유통할 수 없다. 그래서 회로는 선어회로 제격이고, 탕보다 조림이나 구이가 좋다. ‘자산어보’에 언급되었듯이 맛이 달고 고소하다. 병어는 감자 씨알이 굵어지는 여름에 맛이 절정에 이른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감자를 납작납작 밑에 놓고 두툼한 병어에 양념을 올리면 전라도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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