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여야 최저위원회의
여야 모두 지도부 저질화
국민 눈높이 맞춰야 총선 승리
최고 지도자 변해야 당도 바뀔 것
요즘 정치권에 특이한 현상이 지도부 저질화다. 여야 공통이다. 과거엔 개별 의원이 돌출 행동을 하면 지도부가 나무라고 바로잡았다. 지금은 의원들이 오히려 지도부 언행을 걱정한다. 자기 선거에 해가 될까 봐 노심초사다. 얼마 전 만난 민주당 의원은 “우리끼리는 지도부 회의를 최저위원회의라고 부른다”고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말장난 경연대회’ 같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부동산 논란이 불거졌던 김기현 당대표를 아직도 ‘땅 대표’라고 부른다. 한일 회담은 “외교가 아니라 왜교”라고 한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경제부총리를 향해 “이름은 추경호인데 왜 추경을 하지 않느냐”고 연일 다그친다. 그는 대구에서 최고위를 연 날 “한 언론사가 ‘이재명, 대구 찾아’라고 자막을 낸 걸 봤다”며 “사람들이 얼마나 이 대표가 대구에 온 것을 좋아했으면 그렇게 멋지게 글을 냈을까?”라고 했다. 이걸 아부라고 한다. 이 대표부터 대장동, 돈 봉투, 코인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국민의힘은요?”라는 식으로 동문서답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장난이다. 거짓 선동도 심각하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욱일기를 단 자위대 함정을 우리 영토에 들이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던 매국 행위”라고 했지만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욱일기 함정이 우리나라에 왔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친일 편향이라며 “일본이 미국을 칠 테니 동참하라고 ‘정미향도’를 요구한다면 한국이 수용할 수 있나”라고 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이 내세운 ‘정명가도’에 빗댄 말 같은데, 이쯤 되면 ‘아무 말 대잔치’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출범 두 달 만에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공석이다. 1위로 뽑힌 김재원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으로 징계를 받고 기능을 상실했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제주 4·3 발언과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 파문으로 물러났다. 쌀값 대책으로 ‘밥 한 공기 다 먹기’를 제안한 최고위원도 있었다. 태 의원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보궐선거는 현역 의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용호 의원은 “당에 (최고위와 별도로) 5인회가 있는데 4000만원 기탁금 내고 출마할 가성비가 있느냐”고 했다. 어차피 주요 결정은 친윤 핵심들이 하는데 최고위원 해서 뭐하냐는 것이다. ‘최고위 들러리론’이다. 한 여당 의원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 오찬에 임명직 친윤 당직자는 초대받고 선출직 최고위원은 제외됐다. 말이 되느냐”고 했다.
여당엔 ‘아스팔트 우파’, 야당엔 ‘개딸’이 있다. 이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지도부를 뽑고, 지도부는 그들을 지도하는 대신 추종한다. 저질 정치는 정책도 저질화시켜 국민 삶의 질마저 떨어뜨린다. 상황을 타개하려면 강성 지지층이 상식을 되찾거나, 지도부 스스로 자리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현재로선 기대 난망이다. 남은 방법은 지지층이 모두 쳐다보는 사람, 최고위원보다 센 사람이 나서는 것이다. 여당은 윤 대통령, 야당은 이 대표다. 대통령은 당무 불개입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걸 국민도 안다. 과거 모든 대통령이 그랬다. 그래도 정도를 지켜야 한다. 이 대표는 아예 변화를 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재명이네 마을’ 이장을 자임하고, 천안함 자폭설을 주장한 ‘이재명 지키기 대책위원장’을 당 혁신위원장에 앉히려 했다.
내년 총선은 결국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당의 수준을 끌어올린 쪽이 이길 것이다. 그러려면 크든 작든 최고 지도자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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