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벤처 세쿼이아 3개 브랜드로 쪼갠다..."중국 투자 제한 심화돼"

세계 최대 벤처 회사인 세쿼이아 캐피털이 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세쿼이아 중국 벤처를 유럽과 미국 사업부로부터 분리하고 글로벌 사업부를 3개의 독립적인 영역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닐 셴 세쿼이아 캐피털 중국 설립자이자 관리 파트너. 로이터=연합뉴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세쿼이아의 주요 파트너인 로엘로프 보타, 닐 셴, 샤일렌드라 싱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지역 우선 접근 방식을 완전히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보타는 세쿼이아 미국·유럽 사업부를, 션과 싱은 각각 중국과 동남아 사업부를 맡고 있다.

세쿼이아의 사업 분리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CNBC에 “분리 시기는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됐다”며 “지리적으로 나뉜 사업부가 투자자들에게 접근하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각 시장의 특징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미중간 지정학적 긴장감이 점점 고조됨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경계심을 갖고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이루어졌다.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미국의 벤처 투자는 2021~2022년에 비해 올해 크게 감소했다.

세쿼이아 중국 벤처 역시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투자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회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와 입법자들의 감시는 늘어나고 있다.

당장 지난 31일에도 폴 로젠 재무부 투자안보 담당 차관보는 “첨단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 분야에서 미국 자본과 전문성이 중국에 흘러가지 않도록 맞춤형(tailored and narrow)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소식통은 “결국 세쿼이아 중국은 다양한 펀드에 맞춰 투자 전략을 쪼개기로 했다”며 “이와 달리 세쿼이아 미국과 유럽 사업부는 세쿼이아 캐피털 펀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셴이 운영하는 중국 사업부와 싱의 인도 사업부 브랜드도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세쿼이아는 이들 사업부가 각각 ‘홍샨(Hongshan)’과 ‘피크 XV(Peak XV)’라는 이름으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세쿼이아 경영진은 이날 낸 메시지에서 “우리는 세쿼이아란 브랜드를 공유함으로 인해, 또 기업 간 포트폴리오가 충돌함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것을 봤다”며 “분산 투자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점점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세쿼이아는 그간 애플, 구글, 페이팔, 줌, 인스타그램 등에 성공적으로 투자해 온 세계 최대 벤처 캐피털 회사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