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의 날갯짓을 기대하며

함영이 2023. 6. 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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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이 작가·본지 독자위원

‘육아기본수당을 받으면 아이 이름으로 주식통장을 만들어 주겠다.’

블로그에 올라온 이 신박한 아이디어에 적지 않게 감탄했다. 기저귀나 우유윳값 정도로 여겼던 육아기본수당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 세대 차이를 넘어서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었다.

막내가 7살(만 5세), 어린이집 졸업반이었던 2004년, “올해부터 셋째 아이의 어린이집 보육료가 무상이다.”라는 원장의 전화에 학부모라는 신분을 잊고 “아싸라비야!”를 외쳤다. 그러나 기쁨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도루묵이 됐다. 뒤이어 온 원장의 사과 전화는 “내년부터 적용”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덕분에 아이 셋을 키웠으나 정부와 사회로부터 뭐 그리 대단한 지원을 받은 기억이 없다.

당시 아이 셋은 ‘부(富)의 상징’으로 통했다. 아이가 셋이라고 얘기하면 “부자군요.”라는 말이 뒤따랐다. 부는 없고 상징만 있던 처지는 그래서 더 씁쓸했고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주변의 지인들이 아이 1인당 100만 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쓸 때, 나는 셋을 합해도 100만 원이 되지 않았다. 그런 형편이 ‘셋째 아이 보육료 무상’ 소리에 자동반사로 환호했던 것이다.

하루도 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 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막내의 교육비는 다양한 쓰임새로 상상의 나래를 이어갔다. 옷, 게임기, 학원 등등. 무엇보다 고민 끝에 낳은 셋째 아이에 대한 보상에 고마움이 생겼다. 돌봄의 가치를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 ‘세금 낼만 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게는 잠깐의 희열로 끝났으나 무상교육에 이은 무상보육과 함께 아동수당, 양육수당으로 육아지원금 정책은 이어졌다. 무상보육이 도입될 때 부모가 아닌 시설 위주로 지원되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아이의 양육에 부모의 선택권을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웠다. 다행히 정책이 보완되며 이제는 부모의 선택권에도 힘이 실렸다.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은 올해부터 지급 대상이 만 4세 미만에서 매년 단계적으로 확대, 2026년이면 만 8세 미만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산이 많이 늘어가는 정책이기에 속으로는 걱정이 앞섰다. ‘퍼주기 식’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반응이 좋았다. 아이의 독립자금이 될 주식통장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물론 육아기본수당 때문에 ‘이천에 마련하려던 신혼집을 원주로 정했다.’는 유튜브 댓글 등 긍정적인 반응이 대세였다.

무엇보다 육아기본수당은 민선8기 도정이 이전의 정책을 수용하고 확대했기에 의미가 크다. 도민을 위한 좋은 정책은 누가 시작했든 확대하고 발전시켜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강원도에 최소 1년 이상 거주하고, 강원도에서 태어나면 육아기본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이천이 아닌 원주에 신혼집을 마련하기로 한 새내기 커플이 아이를 낳으면 그 혜택을 온전하게 받을 수 있다. 이는 아이의 고향이 강원도가 된다는 것이고 그 디딤돌이 육아기본수당이라는 의미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고향은 바꿀 수 없다. 여우가 죽을 때 태어난 언덕 쪽으로 머리를 향한다는 ‘수구지심(首丘之心)’처럼 고향은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마력을 지녔다.

강원도 사람이 많아져야 강원도가 성장한다. 육아기본수당은 그 출발점이다. 출발 이후에는 주식 투자할 수 있는 강원도 기업이 많아져 선택폭을 넓히고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통해 강원도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강원도가 고향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참 좋은 곳에 태어났다.”고 부러워한다. 이제는 강원도에 사는 것을 부러워하고 따라 해야 할 때다. 강원도 육아기본수당의 날갯짓이 그런 강원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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