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서로에게 기회가 되기를

강주영 2023. 6. 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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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생님처럼 되기 싫어요!" 도내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은 강사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이날 수업한 강사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위로하는 와중, '인식개선'을 목표로 한 수업이 성공했음은 분명했다.

강사가 그저 어린 아이라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면 학생은 인정과 혐오의 차이를 배울 수 있었을까? 다음엔 수업 듣는 학생이 교실에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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깅주영 문화부 기자

“저는 선생님처럼 되기 싫어요!”

도내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은 강사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이날 수업한 강사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아이의 거침없는 ‘직설 화법’에 강사는 잠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무례하다며 호통을 치거나 무시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는 명료하게 생각을 전하기로 했다. “학생과 선생님은 모습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그렇죠? 하지만 ‘그저 달라서 싫어요’라고 해서는 안 되지요”. 그는 수업이 끝난 후 아무리 나이 어린 아이의 발언이라도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며 후문을 털어놨다. 위로하는 와중, ‘인식개선’을 목표로 한 수업이 성공했음은 분명했다. 그날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다른 생각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소통할 수 있는지 배웠을 것이었다.

또래 친구는 얼마 전 입사 1년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는 소식을 전했다. 직장 내 심각한 문제가 있었느냐 묻자 그건 아니라고 했다. 조심스레 말문을 연 그는 “별일은 아니에요. 그냥… 애를 쓴 일에 대해 직장 누구도 답해주지 않더라고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주는 사람들이 없었어요”라고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그는 “한명이라도 나의 고민에 답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얼마 후 SNS에는 도내 한 시청에서 연 신입 공무원 나무심기 행사가 논란이 됐다. 8·9급 신입 공무원 퇴사가 속출하면서 이를 막고자 내놓은 대안에는 정작 신입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없었다며 회의 섞인 댓글이 이어졌다. 퇴사를 고민하기까지 신입 직원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소통창구는 사람이 떠난 후에도 보이지 않았다.

응답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관계의 단절을 만든다. 최근 ‘이런 사람이라면 손절하세요’라는 제목의 콘텐츠가 눈에 띄게 보인다. 일방적 소통에 지친 이들이 ‘최후의 수단’을 공유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있다. 듣고 답할 기회를 서로에게 부여하는 행위다.

생각이 다른 누군가와 마주했을 때 외면을 택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이해받을 기회조차 잃었다는 신호다. 강사가 그저 어린 아이라는 이유로 초등학생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면 학생은 인정과 혐오의 차이를 배울 수 있었을까? 다음엔 수업 듣는 학생이 교실에 없을지도 모른다. 초코라테, 아이스 아메리카노, 쌍화차 등 취향이 좀 다르면 어떤가? 여전히 서로에게 기회가 되면 좋겠다.

다음은 없다. 세대, 지역, 성별이 어떠하든지 간에 지금, 당장, 서로의 생각을 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다르다고 싫은 건 아니니까 겁먹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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