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오염수 피해’ 기금 확보…윤 정부는 배상요구 검토도 안 해

김소연 2023. 6. 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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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일, ‘7500억+α’ 지원 대책 마련
정부는 기존 예산 1천억원 늘릴뿐
“수산물 안전 관리” 원론적 입장만
지난달 22일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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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130만t 이상의 방사성 오염수가 올여름부터 바다로 방류되면, 한·일 모두에서 수산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며 두 나라 수산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로 인해 어민들에게 발생하는 전방위적 피해에 대비해 ‘7500억원+α’ 규모의 지원 대책을 마련했지만, 한국 정부는 소극적 대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수의 바다 방류로 인해 한국 어민들도 ‘직접 피해’를 입게 되는 만큼, 한국 내 피해 규모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일본에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일본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의 자료를 보면,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기금·배상 등 두 축으로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바다 방류를 결정한 2021년 4월부터 대비책을 마련해온 경제산업성은 그해 11월 300억엔, 지난해 11월 500억엔 등 어민들의 피해 대책을 위해 총 800억엔(약 75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300억엔은 오염수 방류 뒤 ‘풍평피해’(평판피해·소비자 불안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의 피해)로 소비가 줄어들 경우, 어민들로부터 생선을 사들여 냉동 보관하는 경비나 판로 개척 등에 이용된다. 나머지 500억엔은 일본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어장 개척, 연료비 지원, 후계자 양성 등에 투자된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반대하는 어민들의 불만을 누르기 위해 ‘초대형 기금’ 설립에 나선 것이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이와 관련해 “알프스(ALPS) 처리수 방류가 어업인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업인들이 미래에도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후쿠시마현을 포함해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어업·농업·수산가공업·수산도매업·관광업 등 오염수 방류로 인해 지역민들이 입는 개별 피해에 대해선 도쿄전력이 직접 배상에 나선다. 경제산업성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도쿄전력을 관리 감독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도쿄전력은 이미 배상 대상과 기준 등을 결정했다.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인근 지역, 농수산·관광업 등이 주로 배상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원칙적으로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유미오카 데쓰야 도쿄전력 후쿠시마원전 보상 실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배상 관련 설명회에서 “지역·업종·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면 배상을 하겠다. 30~40년이 걸려도 마지막 한 사람까지 정중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배상을 받으려면, 농수산업의 경우 오염수 방류 전부터 사업을 하고, 농수산물 가격 하락 또는 매출 감소 등의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수출 감소도 피해에 포함된다. 도쿄전력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26쪽 분량의 자료 ‘풍평피해가 발생했을 때 배상 기준에 대하여’를 보면, 오염수 방출로 인한 가격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오염수 방출 전의 가격’(기준가격)에서 ‘방출 후의 가격’을 뺀 뒤 ‘방출 후 어획량’ 또는 ‘방출 후의 판매량’을 곱하는 피해액 산정 공식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풍평피해는 피해액 산출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어, 도쿄전력은 지역·업종 등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최소 30년 이상 방류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배상 비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인 한국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워낙 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연구’를 보면,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소비 감소 폭이 44.6~48.8%로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3조72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21년 4월 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연합뉴스

수산업계에서 연일 ‘곡소리’가 나오는데도 한국 정부의 대책은 극히 미온적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오염수 바다 방류에 대비해 △정부 비축사업(1080억→1750억) △수산물 수매 지원(658억→958억) △수산업 가치 및 소비촉진 제고(610억→640억) 등 기존 사업에서 예산을 조금 늘리는 대응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된다. 수산물 소비 위축을 막는 이 3대 사업의 예산은 지난해에 견줘 올해 1천억원 늘었다. 매출 감소 등 어민들이 직접 입는 피해에 대해선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지원과 수산금융자금 이자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자국 어민들이 큰 피해를 입게 생겼는데, 일본에 배상을 요구한다는 움직임은 전혀 찾을 수 없다. 해수부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어업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산물 안전관리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는 중이다.

위성곤 의원은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업계는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존 사업을 조금 늘리는 수준에 그치는 등 사실상 무대책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오염수 방류 피해는 자국에 그치지 않고 주변국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윤 정부는 한국 어민 피해와 관련해 일본에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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