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도슨트?… 이해하기 힘든 공공기관 보도자료 [우리말 화수분]

이강은 2023. 6. 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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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공언어’ 외국어 남용 여전
중앙정부 외국어 사용 비중 51.4%
해당 단어 평균 이해도 10∼20%대
우리말 사용해 알기 쉽게 만들어야
국어는 한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밀려드는 외국어와 국적불명의 신조어, 줄임말 등에 국어가 치이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 누구나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쉬운 우리말을 써야 할 정부와 지자체, 언론 등 공공(성)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의 그늘도 짙습니다. 세계일보는 문화체육관광부·㈔국어문화원연합회와 함께 공공분야와 일상생활에서 쉬운 우리말을 되살리고 언어사용 문화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우리말 화수분’ 연재를 시작합니다. 보물 같은 우리말이 마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명력을 지니도록 찾아 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버넌스(governance)’, ‘뉴 노멀(new normal)’, ‘도슨트(docent)’….

이처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홍보 관련 보도자료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용어 중 명확하게 무슨 뜻인지 답하기 어려운 단어가 많다. 

6일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2020년 정부 보도자료에 표기된 외국어를 국민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거버넌스’에 대한 국민 평균 이해도는 15%에 그쳤고, 70세 이상 평균 이해도는 0%였다. ‘거버넌스’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가 책임감을 갖고 투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를 의미한다. ‘협력’이나 ‘협치’가 어울린다. 예컨대 ‘건강한 학교 급식 추진을 위해 민관 거버넌스를(→협력을) 강화한다’,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고 결정하는 진정한 거버넌스를(→협치를) 실현한다’로 말이다.

‘뉴 노멀’에 대한 이해도는 마찬가지로 국민 평균 20%, 70세 이상 평균 2%로 극히 낮았다.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하는 만큼 ‘뉴 노멀 시대의 한국 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는 ‘새 기준 시대의 한국 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로, ‘코로나 이후 뉴 노멀 시대를 이끌 중장년 유망 창업팀이 선발됐다’는 ‘코로나 이후 새 일상 시대를 이끌 중장년 유망 창업팀이 선발됐다’로 쓰면 이해하기 쉽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따위에서 관람객에게 전시와 관련한 설명을 해주는 사람인 ‘도슨트’에 대한 평균 이해도 역시 각각 21%(국민)와 5%(70세 이상)밖에 안 됐다. 도슨트 대신 ‘(전시물) 해설사’나 ‘전문 안내원’으로 써주면 이해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마을을 소개하는 도슨트 영상을 공개했다’보다는 ‘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마을을 소개하는 해설사 영상을 공개했다’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이 조사는 3년 전 것인데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외국어 용어를 정책 보도자료에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 노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 상당수가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다. 

한글문화연대가 중앙정부와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의 누리집에 올라온 올해 1분기 월별 보도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도 외국어를 사용한 보도자료 수와 외국어 표현 남용 지수가 상승세였다. 중앙정부 기관은 외국어 사용 보도자료 비중이 지난 1월 43.2%에서 2월 49.9%, 3월 51.4%로 높아졌다. 이 기간 보도자료(단어 1000개 기준으로 환산)당 외국어 표현 개수도 각각 5.24개, 5.97개, 7.09개로 많아졌다. 광역지자체도 비중은 지난 1월 47.7%에서 2월 52.8%, 3월 54.6%로, 외국어 표현 개수는 각각 6.47개, 7.35개, 8.71개로 상승했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공공기관은 건강과 복지, 안전, 재산권 등 국민 생활에 중요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손해를 보거나 행복 추구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다”며 “그 누구보다 공공기관은 알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도록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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