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먹으면 살 뺄 수 있어”...코로나 끝나 죽쑤던 이 기업 화색 [월가월부]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3. 6. 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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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먹는약 개발 속도
성공땐 성장동력 확보 기대
화이자 [사진 = 연합뉴스]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가 품귀현상이 빚어질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약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제약사의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의 전통강자인 미국의 일라이릴리(LLY)와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NVO, 덴마크 상장)가 비만 치료제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가운데 화이자(PFE)도 먹는 다이어트 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 백신으로 특수를 누렸던 화이자는 지난해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다이어트약 개발이 주가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5일(현지시간)까지 화이자의 주가는 23% 하락했다. 2021년 12월에 기록한 58달러(종가 기준) 최고점에 비하면 현재 주가는 38달러로 34% 하락한 수준이다. 화이자의 시가총액은 2180억 달러(약 282조원)로 글로벌 제약업계 8위 수준이고 미국에서는 일라이릴리, 존슨앤존슨(JNJ), 머크(MRK), 애브비(ABBV)에 이어 5위 정도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선 화이자가 지난달말 당뇨병 치료제(경구용) ‘다누글리프론’의 비만 치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비만 치료제는 주로 주사기 형태였는데 화이자는 먹는 알약 형태인 점이 특징이다. 미국 의학협회 학술지에 따르면 2형 당뇨병 성인 환자 411명을 대상으로 한 2상 시험에서 고용량(120mg)의 알약을 하루 두번씩 16주간 복용한 환자들의 체중이 약 4.5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결과 발표한 날 화이자의 주가는 하루만에 5.4% 올랐으며 현재 38달러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비만치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련 치료제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24억 달러(약 3조원)였던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 540억달러(약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할리우드 스타들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는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억만장자들도 살을 빼기 위해 비만치료제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화이자의 경우 최근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 때문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1분기 화이자는 매출 182억 달러, 주당순이익(EPS) 1.23달러를 올렸다. 매출이 1년 전보다 29% 감소했고 수익은 24% 감소했다. 팁랭크스에 따르면 월가는 화이자의 12개월 목표주가를 46달러로 제시했고, 15명 분석가 가운데 5명만 ‘매수 의견’을 냈다.

화이자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두 약이 모두 코로나19 관련한 약이다.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비중 22.3%(1분기 기준)이고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는 16.8%를 차지한다. 화이자는 두 제품 모두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음이 급한 화이자는 지난 3월 항체약물접합체(ADC) 업체 씨젠(Seagen)을 인수했다. 인수는 빠르면 올해말에 완료될 전망인데 총 규모는 430억달러(약 55조원)에 이른다. 오의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이자가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ADC 파이프라인은 2030년에 100억달러(약 13조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기업가치 상승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의 중심에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있다. 둘 다 주 1회 주사제다. 두 글로벌 제약사는 이미 당뇨병 시장 1위를 놓고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앞선 곳은 노보 노디스크다. 노보 노디스크는 매일 1회씩 맞던 주사를 1주에 1회로 줄이고 효과도 좋은 ‘위고비’를 허가받았다. 임상 결과 위고비는 68주 동안 평균 15kg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위고비의 경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다이어트 성공 비결로 언급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회사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도 체중 감량용으로 쓰이고 있다.

일라이릴리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임상 3상 결과 ‘마운자로’는 72주 동안 참가자의 체중을 최대 15.7% 감소시켰다.

‘업계 1위’일라이 릴리 주가는 올해에만 21% 올랐다 . 작년 하락장에서도 36% 오른 바 있다. ‘덴마크 시총 1위’ 노보 노디스크의 미국예탁증서(ADR)도 올해 15% 올랐고 작년 한 해 동안 26% 올랐었다. 두 회사 모두 각종 호재 외에도 본업에서의 탄탄한 실적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제약사의 주가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해 의약품 가격을 제한하는 리스크가 있지만 보통 경기 침체에서도 약 소비는 줄일 수 없으므로 경기방어주로 부각되고 있다.

1분기 일라이릴리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약은 지속형 당뇨병 주사제 ‘트루리시티’로 비중이 28.4%에 달한다.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전체 8.2% 차지한다. 일라이릴리는 당뇨병 치료제 외에도 항암제(버제니오·티비트·레테브모)등 다양한 약제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와 비만 부문이 전체 매출의 91.4%를 차지할 정도로 쏠려 있다. 사실 이 회사는 19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덴마크 생물학자 아우구스트 크로그(August Krogh)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아내를 치료하기 위해 세운 회사다. 현재 세계에 공급되는 인슐린의 50% 이상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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