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은 최후의 수단…보유량 늘릴 필요성 크지 않다”
10년간 매입 없어 ‘소극적’ 지적에
“유동성 낮고 값 상승 여력 불확실”
한국은행이 현재 외환보유액 가운데 약 1% 수준인 금 보유량을 더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도하기가 쉽지 않고, 향후 가격 상승 여력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했다.
한은은 6일 발표한 ‘보유 금 관리 현황과 향후 운용 방향’ 보고서에서 “일각의 주장처럼 외환보유액 내 금 비중 확대가 긴요한지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은 현재 보유한 104.4t의 금을 모두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이는 골드바 8380개에 이르는 규모다. 한은은 지난달 23일 이 금의 안전성과 보관 상태 등을 점검하기 위해 실사를 벌였는데, 보관 상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2013년 이후 10년간 금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속한 127개국 중 한은의 보유량은 38위 수준이다. 올해 1~3월 싱가포르(68.7t), 중국(57.9t), 튀르키예(30.2t) 등은 금 매입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릴 필요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는 “다른 통화들과 달리 금은 시장 전망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 자산이 아니고, 매도할 경우 외환보유액 중에서도 최후 수단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장에 예상치 못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 보유량 확대보다는 달러화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향후 가격 상승 여력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들었다. 한은은 “금 가격이 이미 전 고점에 근접한 상황이어서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에 따라 미국 달러화 강세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금 보유의 기회비용인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선 점도 금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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