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헤르손서 댐 폭파…우크라·러시아, 서로 “적의 테러”
크름반도·자포리자 원전 취수원…젤렌스키 긴급회의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시의 카호우카댐이 폭파돼 인근 지역에 홍수가 발생함에 따라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책임을 주장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폭발은 5일 밤~6일 새벽(현지시간)에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댐 주변에서 격렬한 폭발과 함께 부서진 댐 잔해로 물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러시아 RIA통신은 현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댐 상부가 포탄으로 인해 파괴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지역의 군사행정 수장은 인근 지역의 주민 대피가 시작됐으며, 수위가 5시간 이내에 위험 임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스통신은 댐 붕괴로 인근 약 80개 마을이 피해를 볼 위험성이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댐을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사령부는 이날 SNS를 통해 “카호우카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며 “파괴 규모와 유속과 유량, 침수 위험 지역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카호우카댐 파괴는 우크라이나의 땅 구석구석에서 러시아의 테러리스트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며 “국가안보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은 물과 미사일, 그 밖에 어떤 것으로든 우크라이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의 카호우카댐 파괴가 ‘환경 학살’이라며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러시아 측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통제하고 있던 댐이 파괴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댐은 옛 소련 시절인 1956년 카호우카 수력발전시설의 일부로 드니프로강에 건설됐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병합된 크름반도와 현재 러시아의 통제하에 있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한다. 타스통신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댐 붕괴가 현재까지 자포리자 원전에 심각한 위험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즉각적인 핵 안전 위험’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댐의 파괴 정도에 따라 홍수 등 주변 지역의 피해가 우려된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은 트위터에 침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약 1만6000명이 드니프로강 우안 헤르손 지역의 위험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이날 카호우카댐 폭발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고 IAEA에 러시아 테러 문제를 이사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카호우카댐 폭파는 최근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예고해온 대반격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을 요구한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강력한 군사작전의 첫 단계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공격은 러시아 방어선의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한 사전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선명수·정원식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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