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수 있는데 어떻게 놓쳐”...종잣돈 만들러 대출창구 몰려갔다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6. 6. 21: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5월 신규 주담대 전년보다 23.5조↑
1~5월 신규 신용대출도 전년보다 1.4조↑
가계대출액 5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 보다 많아
지난달 대출액 월간 최고치 기록한 은행도
서울·수도권 주택 매매 살아나고
증시 훈풍 등 자산시장 회복세 영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로 줄었던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떨어지면서 올해들어 지난달까지 신규 가계대출 총액이 전년보다 1.5배 증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 빚 부담이 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작년부터 본격화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이 좀 더 오래 이어져야하는데, 벌써부터 시중 은행 가계대출이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올 1월부터 5월까지 취급한 신규 가계대출은 총 75조888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51조9억원)보다 24조8876억원(48.8%) 늘었다.

특히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 지난 달까지 5개월 연속 전년 같은 달을 넘어서는 규모의 주담대가 새로 나갔다. 실제로 5대 은행이 지난 5월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을 보면 15조1347억원으로 작년 5월(8조746억원)보다 87.4% 급증했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93%(8조6906억→16조7738억원), 75.7%(7조8549억→13조7988억원)씩 뛰었다.

신용대출도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취급액은 2조263억원으로 올들어 가장 많았다. 전년 같은 달(1조5510억원)보다 30.6% 불어난 수치다. 2월부터 지난 달까지 매달 작년 같은 달보다 많은 규모의 신용대출이 이뤄졌다.

이처럼 신규 대출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2021년 12월 이후 줄던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년 5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런 가계대출 성장은 주요 시중은행 입장에서도 예상 밖의 일이다. 올해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여파가 짙어서 가계대출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담대가 늘어난 것은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특례보금자리론을 비롯한 정책금융상품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 A은행의 지난달 신규 주담대는 월간 기준 올들어 가장 많은 3조9624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했다. B은행도 지난달 신규 주담대(3조4168억원)가 3·4월보다 1.2~1.4배 많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주택 경기와 매수 심리에 좌우된다”며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주택 거래량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뜻밖의 증시 훈풍도 늘어나는 신용대출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코스피가 최근 거의 1년만에 2600선을 넘었고, ‘서머랠리(여름철 강세장)’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5대 은행 중 3곳은 지난달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이 월간 기준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C은행은 지난달 신규 대출액이 5000억원을 돌파했고, D은행은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1.8배 늘었다.

연초 대비 낮아진 금리가 대출 증가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의 최고점을 찍었던 작년 말이나 연초와 비교하면 지금 금리 조건이 아주 나쁘다고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자산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빚투(빚내서 투자)’로 조금씩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91~6.988%로 연초(5.21~8.11%)보다 상·하단이 모두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연 4.44~6.64%로 연초(5.761~7.29%)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긴축과 함께 시작한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세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34개국 중 1위였다. 한국은행은 국내 가계 빚이 금융 불안 위험을 높이고,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레버리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물경제는 나쁜 가운데 주식과 부동산 매매가 살아난 셈인데 이런 상황이 얼마나 지속할지 지켜 봐야한다”며 “차주의 부실 위험 등을 감안하면 가계대출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올 초 가계의 이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끌어내린 가산금리를 시장금리 추이를 보면서 다시 정상화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더라도 가산금리를 통한 대출금리는 다시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